겨울이면 집 안 한쪽에 자연스럽게 쌓이는 귤은 가장 친근한 과일이지만, 끝까지 맛있게 소비하기는 쉽지 않다.
껍질을 벗기다 남기기 일쑤고, 시간이 지나면 수분이 빠져 맛도 떨어진다. 이럴 때 귤을 통째로 활용하는 마멀레이드는 의외로 간단하면서도 활용도가 높다. 특히 귤 껍질에 이쑤시개로 열 번 찔러 끓는 물에 넣는 과정이 맛과 식감을 좌우하는 핵심이다.
이 방법의 시작은 귤 손질이다. 귤은 껍질째 사용할 것이므로 흐르는 물에 문질러 깨끗하게 씻는다. 표면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이물질을 제거한 뒤 물기를 닦아낸다. 그다음 이쑤시개로 귤 전체를 골고루 찌르는데, 대략 열 번 정도가 적당하다. 너무 적으면 껍질의 쓴맛이 빠지지 않고, 너무 많으면 과육이 흐트러질 수 있다. 이 작은 구멍들이 끓는 과정에서 열과 수분이 안으로 들어가도록 도와 귤이 고르게 익게 만든다.

냄비에 물을 넉넉히 붓고 물이 완전히 끓기 시작하면 준비한 귤을 통째로 넣는다. 불은 중불로 유지하고 10분 정도 끓인다. 이 과정에서 귤 껍질 속 쓴맛 성분이 빠져나오고, 과육은 부드러워진다. 끓인 귤은 건져내 찬물에 한 번 헹군 뒤 식힌다. 물을 갈아 한 번 더 끓이는 방법도 있지만, 이쑤시개로 찌른 귤은 한 번의 끓임만으로도 쓴맛이 크게 줄어든다.

식힌 귤은 꼭지를 제거하고 믹서나 칼로 잘게 썬다. 이때 껍질과 과육을 따로 분리하지 않는 것이 포인트다. 냄비에 손질한 귤과 설탕을 넣고 약불에서 천천히 끓인다. 설탕 양은 귤 무게의 절반 정도가 무난하며, 단맛을 줄이고 싶다면 절반보다 조금 적게 넣어도 된다. 나무 주걱으로 저어가며 끓이다 보면 점점 걸쭉해지고 색이 짙어진다. 바닥에 눌어붙지 않도록 불 조절이 중요하다. 농도가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면 불을 끄고 식혀 병에 담는다.
이렇게 만든 귤 마멀레이드는 토스트에 발라 먹는 것뿐 아니라 요거트, 샐러드 드레싱, 고기 요리 소스로도 활용할 수 있다. 껍질까지 함께 사용했기 때문에 귤 특유의 향이 진하게 살아 있고, 시중 제품보다 단맛이 과하지 않다.

영양 면에서도 장점이 분명하다. 귤 껍질에는 플라보노이드와 펙틴이 풍부하다. 플라보노이드는 항산화 작용을 도와 겨울철 피로 회복에 도움을 주고, 펙틴은 장 운동을 촉진해 변비 예방에 효과적이다. 비타민 C는 끓이는 과정에서 일부 손실되지만, 껍질까지 사용하면 전체적인 영양 밀도는 오히려 높아진다. 감기 기운이 있을 때 따뜻한 차에 한 스푼 풀어 마시면 몸이 한결 편안해졌다는 반응도 많다.

다만 주의할 점도 있다. 껍질째 사용하는 만큼 귤의 상태가 중요하다. 껍질이 지나치게 말랐거나 곰팡이가 핀 귤은 사용하지 않는다. 농약 걱정이 된다면 베이킹소다를 푼 물에 잠시 담갔다가 충분히 헹군 뒤 사용한다. 또 설탕을 줄인 마멀레이드는 보관 기간이 짧아 냉장 보관을 기본으로 하고, 깨끗한 도구를 사용해 덜어 먹는 것이 좋다.
귤에 이쑤시개로 열 번 찌르고 끓는 물에 넣는 단순한 과정은 마멀레이드의 맛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 손이 많이 갈 것 같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남은 귤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될 때, 한 번쯤 이 방법으로 냄비를 올려보는 것도 겨울을 즐기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