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주택시장의 중심인 서울이 거대한 블랙홀처럼 전국의 자금을 빨아들이며 역대 가장 위험한 수준의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2025년 12월)'에 담긴 '최근 주택시장의 특징 및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 따르면, 서울 주택시장은 실물경제 규모와 괴리된 채 전례 없는 쏠림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보고서가 꼽은 최근 시장의 첫 번째 특징은 지역 간 주택시장의 극심한 차별화다. 지난해 1월부터 지난 10월까지 서울 주택 매매가격은 18.2% 급등하며 수도권 전체의 9.5% 상승을 주도했지만, 같은 기간 비수도권은 오히려 2.0% 하락해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이러한 격차로 인해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말 기준 43.3%까지 치솟았다. 이전 최고점이었던 2020년 8월의 43.2%를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의 주택가격이 실물경제와 비교해 얼마나 과열됐는지는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난다.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은 올해 2분기 현재 서울 지역 내 총생산(GRDP)의 3.0배에 달해 2018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배율을 보였다. 한은이 주택가격과 소득, 임대료 등을 종합해 산출한 주택시장 위험지수 역시 서울은 3분기 0.90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잠재적 불안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시사했다.
반면 비수도권은 주택가격 하락으로 담보 가치가 떨어지고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는 등 건설 경기가 크게 위축돼 지방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구와 부산 등 5대 광역시는 전고점 대비 집값이 20% 내외로 하락해 주택담보대출의 부실 위험이 증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도 두드러진다. 전형적인 한국식 임차 형태였던 전세 비중이 줄고 월세 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전체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은 2025년 10월 기준 60.2%를 기록해 60%대를 웃돌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전세 사기 등으로 인한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가 부각된 데다 전세자금 대출 규제가 강화돼 전세 수요가 월세로 밀려난 영향이 크다.
한은은 월세 비중 확대가 갭투자를 차단해 매매 시장의 변동성을 낮추고 가계부채를 줄이는 데는 긍정적이지만,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을 높여 재무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소득이 낮은 1분위 가구나 고령층의 경우 월세 전환 시 소득 대비 주거비 비중이 급격히 상승해 소비 여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 
또 다른 주목할 만한 특징은 주택가격과 가계대출 간의 동조화 현상이 눈에 띄게 약해진 점이다. 과거에는 집값이 오르면 주택담보대출도 함께 느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올해는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대출 증가세가 억제됐음에도 서울 등 선호 지역의 집값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는 가계가 금융기관 대출보다는 보유한 자기 자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택을 매입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서울 주택을 구입한 30~40대의 자금조달 유형 중 자기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들어 40%를 상회하는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하지만 한은은 이러한 현상이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주택가격 상승 기대심리가 여전한 상황에서 서울의 가격 상승세가 대출 제약이 적은 주변 지역으로 전이될 경우, 가계부채가 다시 급격히 재확대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한은은 서울 중심의 금융 불균형 누증이 향후 대내외 충격 발생 시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의 주택시장 과열이 금융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월세 전환에 따른 취약 계층의 상환 능력 저하가 잠재적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한은은 수도권 주택시장 과열과 관련한 금융 불균형 대응을 위해 일관성 있는 거시 건전성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실효성 있는 주택 공급 정책을 통해 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고, 월세 비중 확대에 따른 주거 취약 계층에 대한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비수도권의 정주 여건을 개선해 지역 간 불균형을 완화함으로써 주택 시장이 안정적인 수요 기반 위에서 회복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제시됐다.
또한 2021년 하반기 이후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세를 지속하며 디레버리징은 상당 부분 진전을 보였으나, 여전히 주요국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특히 고연령층의 경우 실물자산 비중이 높고 부채 상환 능력이 낮아 자산 처분을 통한 부채 감축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청년층 역시 높은 소득 대비 부채 비율(LTI)을 기록하고 있어 향후 금융 여건 변화 시 가계부채가 다시 확대될 수 있는 취약 요인을 안고 있다. 은행권 또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 하한이 상향 조정되는 등 규제 여건이 변화하고 있어 질적 성장에 기반한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 시점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한국의 주택시장은 지역 간 양극화와 임대차 시장의 월세화, 그리고 대출 없이 집값이 오르는 비동조화라는 복합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개별적으로도 금융 안정에 위협이 되지만 상호 작용을 통해 리스크를 증폭할 수 있다. 수도권의 과열이 금융 불균형을 키우는 사이 비수도권의 부진이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갉아먹는 상황은 우리 경제가 직면한 중대한 과제다. 정책당국은 주택 공급 확대와 규제의 일관성을 통해 시장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한편 주거 취약 계층에 대한 촘촘한 안전망을 마련해 금융시스템 전반의 복원력을 높여야 한다고 한은은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