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는 유행을 타지 않는 패션의 기본 아이템이지만, 세탁할 때마다 빠지는 파란 물과 그로 인해 희끗해지는 원단은 늘 고민거리다.

특히 생지 데님이나 짙은 남색의 청바지는 첫 세탁에서 물이 가장 많이 빠지며, 심한 경우 함께 세탁한 다른 옷까지 이염시키는 사고를 일으킨다. 하지만 소금이라는 일상적인 재료와 몇 가지 세탁 원칙만 이해하면, 처음 샀을 때의 선명한 색상을 훨씬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데님 원단의 염색 특성과 물 빠짐의 원인
청바지가 유독 물이 잘 빠지는 이유는 데님 특유의 염색 방식인 '인디고 염색' 때문이다. 인디고 염료는 섬유 내부까지 완전히 침투하기보다 실의 겉면에 층을 쌓듯 입혀지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마찰이나 수분에 취약하며, 세탁 시 염료 입자가 물에 녹아 나오게 된다. 흔히 말하는 청바지의 워싱은 이 염료가 자연스럽게 벗겨지며 멋을 내는 과정이지만, 의도하지 않은 전체적인 색 바램은 옷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소금이 염료를 고정하는 과학적 원리
청바지 세탁의 가장 강력한 우군으로 소금이 꼽히는 이유는 염화나트륨의 성질 때문이다. 소금은 섬유와 염료 사이의 결합력을 높여주는 '매염제' 역할을 한다. 물에 녹은 소금 성분은 염료가 물로 빠져나오려는 성질을 억제하고, 대신 섬유 조직에 더 단단히 고정되도록 돕는다.
구체적인 방법은 간단하다. 찬물에 소금을 10:1 비율(물 10, 소금 1)로 푼 뒤, 청바지를 뒤집어서 약 30분에서 1시간 정도 담가두면 된다. 특히 새로 산 청바지를 처음 세탁하기 전에 이 과정을 거치면 염료가 원단에 안착하여 이후 세탁에서도 물 빠짐이 현저히 줄어든다. 이때 반드시 찬물을 사용해야 하는데, 뜨거운 물은 염료를 팽창시켜 오히려 탈색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물 빠짐을 막는 두 번째 비법, 식초의 중화 작용

소금만큼 효과적인 재료가 바로 식초다. 식초의 산성 성분은 알칼리성 세제로 인해 느슨해진 염료 입자를 중화하여 고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소금물에 담갔던 청바지를 헹굴 때 마지막 단계에서 식초 한 큰술을 넣으면 색상이 더욱 선명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식초는 살균 작용과 함께 섬유 유연제 역할도 겸하기 때문에 데님 특유의 뻣뻣함을 완화하는 데도 유용하다.
세탁기 돌릴 때 반드시 지켜야 할 3원칙
준비 과정을 마쳤다면 실제 세탁 단계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뒤집어서 빨기'다. 세탁기 내부에서의 마찰은 물 빠짐의 주범이다. 옷을 뒤집으면 겉면의 인디고 염료가 세탁기 회전 날개나 다른 옷감과 직접 마찰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단독 세탁'이다. 소금 처리를 했더라도 미세한 물 빠짐은 발생할 수밖에 없으므로 다른 밝은색 의류와의 혼합 세탁은 피해야 한다. 세 번째는 '중성 세제 사용'이다. 일반적인 가루 세제나 강알칼리성 세제는 세정력은 좋으나 염료를 쉽게 녹여낸다. 데님 전용 세제나 울 샴푸 같은 중성 세제를 사용하는 것이 색상 보존에 유리하다.
건조 과정에서도 '햇빛'은 금물이다

세탁을 마친 청바지를 말리는 과정에서도 실수가 잦다. 많은 사람이 살균을 위해 햇빛 아래 청바지를 널지만, 이는 탈색을 가속화하는 지름길이다. 자외선은 인디고 염료의 화학 결합을 파괴하여 원단을 누렇게 만들거나 색을 바래게 한다.
청바지는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거꾸로 매달아 말리는 것이 가장 좋다. 거꾸로 매다는 이유는 바지의 무게 중심이 아래로 향하게 하여 세탁 후 발생할 수 있는 형태 왜곡이나 무릎 늘어남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또한 건조기 사용은 고열로 인해 데님 원단의 수축과 심한 물 빠짐을 유발하므로 가급적 피하는 것이 정석이다.
청바지는 관리에 따라 1년을 입을 수도, 10년을 입을 수도 있는 옷이다. 소금 한 줌과 식초 한 방울, 그리고 뒤집어 빠는 작은 습관이 당신의 아끼는 청바지를 새 옷처럼 유지해 줄 것이다. 매번 세탁하기보다 오염된 부분만 부분 세탁을 하고, 전체 세탁 횟수를 줄이는 것 또한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