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고버섯볶음은 기름을 쓰지 않아도 불과 순서만 지키면 깊은 맛을 끌어낼 수 있는 반찬이다.
표고버섯은 볶아야 제맛이라는 말이 있다. 불을 만나면 특유의 향이 살아나고, 식감도 한층 쫀득해진다. 하지만 기름을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는 순간부터 난관이 시작된다. 프라이팬에 올리자마자 타붙고, 수분은 날아가 버리고, 결국 퍽퍽한 버섯 조각만 남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무기름 조리를 포기한다. 그러나 표고버섯은 원래 기름 없이도 볶을 수 있는 재료다. 핵심은 기름 대신 표고버섯 자체의 수분을 어떻게 쓰느냐다.
첫 단계는 손질이다. 표고버섯은 씻지 않는 것이 좋다. 물에 씻으면 수분이 겉에만 남아 프라이팬에서 증발해버리고, 정작 버섯 속 수분은 빠져나오지 않는다. 마른 키친타월로 표면만 가볍게 닦아낸다. 써는 방향도 중요하다. 결을 따라 길게 썰면 볶는 동안 수분이 천천히 나오고, 식감도 살아난다. 너무 얇게 썰면 수분이 한꺼번에 빠져나와 타기 쉽다.

프라이팬은 반드시 빈 상태로 예열한다. 중약불에서 팬을 충분히 달군 뒤 불을 약간 낮춘다. 이때 기름은 넣지 않는다. 달궈진 팬에 표고버섯을 겹치지 않게 펼쳐 올린다. 여기서 바로 뒤집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표고버섯은 열을 받으면 내부 수분이 서서히 올라오는데, 이 수분이 자연스럽게 바닥을 적셔준다. 이것이 기름을 대신하는 첫 번째 수분이다.
버섯이 팬에 닿은 면에서 지글지글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그때 아주 소량의 물을 더한다. 물은 큰술 기준 한두 숟가락이면 충분하다. 물을 붓는 순간 뚜껑을 덮어 20초 정도만 두면 프라이팬 안에서 짧은 스팀 효과가 생긴다. 이 과정이 타지 않게 만드는 핵심이다. 표고버섯이 속까지 부드럽게 익으면서도 겉은 마르지 않는다.

뚜껑을 열면 팬 바닥에 물기가 거의 남지 않은 상태가 된다. 이때부터가 진짜 볶음 단계다. 불을 다시 중불로 올리고 버섯을 뒤집어준다. 이미 나온 수분이 팬에 얇게 코팅돼 있어 기름 없이도 타지 않는다. 여기서 소금을 아주 소량만 넣는다. 소금을 초반에 넣으면 수분이 급격히 빠져나와 질겨진다. 마무리 단계에서 간을 하는 것이 좋다.
간장은 사용해도 되지만 양은 최소한이 좋다. 간장을 넣을 경우 팬 가장자리에 둘러 향만 입히듯 넣고 바로 뒤집는다. 간장이 팬에 직접 닿아 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마늘을 넣고 싶다면 다진 마늘 대신 편으로 썬 마늘을 사용해 마지막에 잠깐만 볶는다. 기름이 없어도 마늘 향은 충분히 배어난다.

마무리는 불을 끄고 여열을 이용하는 것이다.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쓰지 않더라도, 불을 끈 뒤 팬의 온도로 한 번 더 뒤집어주면 표고버섯 특유의 감칠맛이 올라온다. 이 상태로 접시에 옮기면 기름 없이도 볶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향이 깊다.
기름 없는 표고버섯볶음은 다이어트나 채식 식단을 위한 선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표고버섯 본연의 맛을 가장 잘 드러내는 조리법이기도 하다. 타지 않게 만드는 비법은 특별한 재료가 아니라, 수분을 적으로 보지 않고 조력자로 쓰는 태도다. 표고버섯은 이미 스스로 볶일 준비가 돼 있다. 불 조절과 기다림만 더해주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