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으로 만들었지만 미역 같지 않은 맛, 미역줄거리는 손질법 하나로 호불호가 갈리는 겨울 반찬이다.
미역줄거리는 겨울철 식탁에 자주 오르지만, 막상 만들려 하면 망설여지는 반찬 중 하나다. 미역 특유의 바다 향이 과하게 남을까 걱정되고, 자칫하면 비린내가 올라와 젓가락이 잘 가지 않는다. 같은 미역인데도 미역국은 괜찮고 미역줄거리는 유독 꺼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비린내의 원인을 정확히 알고 손질 순서만 바꾸면, 미역줄거리는 오히려 무보다 더 담백하고 아삭한 겨울 반찬이 된다.
미역줄거리는 미역의 줄기 부분만을 따로 말린 식재료다. 잎보다 조직이 단단해 씹는 맛이 살아 있고, 조리 후에도 쉽게 흐물거리지 않는다. 칼슘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겨울철 변비 예방과 장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문제는 말리는 과정에서 바다 냄새가 농축된다는 점이다. 이 냄새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아무리 양념을 잘해도 비린내가 남는다.

비린내 제거의 첫 단계는 불림이다. 많은 사람들이 미역줄거리를 찬물에 오래 담가두는데, 이는 오히려 냄새를 고착시키는 원인이 된다. 미역줄거리는 미지근한 물에 짧게 불리는 것이 좋다. 손으로 꺾어질 정도로만 불리되, 완전히 흐물해질 때까지 두지 않는다. 불리는 동안 물은 두세 번 갈아주며 표면의 염분과 냄새 성분을 빼준다. 이때 소금이나 식초를 넣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불린 뒤 가장 중요한 과정은 데치기다. 미역줄거리 비린내의 핵심은 데치는 물과 시간에 있다. 반드시 끓는 물을 사용하고, 물이 끓기 시작한 뒤 미역줄거리를 넣는다. 데치는 시간은 길 필요가 없다. 30초에서 1분이면 충분하다. 이때 물에 다시마 조각 한두 개나 무 껍질을 함께 넣으면 냄새 흡착 효과가 있다. 파나 마늘을 넣는 방법도 있지만, 향이 강해 미역 특유의 담백함을 해칠 수 있다.

데친 뒤에는 찬물에 바로 헹구지 않는 것이 포인트다.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는 미역줄거리 속 바다 향을 다시 끌어올린다. 한 김 식힌 뒤 미지근한 물에서 가볍게 헹궈주는 정도가 적당하다. 이후 물기를 꼭 짜야 양념이 겉돌지 않고, 비린내도 남지 않는다. 이 물기 제거 과정이 생각보다 중요하다.
양념은 최소화할수록 미역줄거리 본연의 맛이 살아난다. 마늘을 많이 넣기보다 참기름과 들기름을 소량 사용해 고소함을 더하는 방식이 좋다. 간장은 살짝만 넣고, 부족한 간은 소금으로 조절한다. 고춧가루를 사용할 경우 생고춧가루보다 볶은 고춧가루를 쓰면 냄새를 덮지 않으면서도 깔끔한 매운맛을 낸다. 양파나 당근을 함께 넣으면 단맛이 더해져 비린 맛을 느끼기 어렵다.

미역줄거리는 볶음뿐 아니라 무침, 조림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무침으로 만들 경우 데친 뒤 식초를 아주 소량만 더해주면 냄새 제거와 식감 유지에 도움이 된다. 조림은 멸치 육수를 사용하되 오래 졸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오래 가열하면 다시 비린내가 올라올 수 있다.
미역줄거리가 유독 겨울에 사랑받는 이유는 저장성과 활용도 때문이다. 말린 상태로 오래 보관할 수 있고, 한 번 손질해두면 여러 끼 반찬으로 활용 가능하다. 비린내만 잡히면 오히려 미역국보다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반찬이 된다.

미역줄거리의 비린내는 재료의 문제가 아니라 과정의 문제다. 불림, 데침, 물기 제거 이 세 가지만 지켜도 실패 확률은 크게 줄어든다. 겨울 밥상에서 미역줄거리가 다시 환영받는 반찬이 되느냐는 이 기본에 달려 있다. 바다 향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남은 향만 덜어내는 것. 그것이 미역줄거리를 맛있게 만드는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