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슈퍼컴퓨터가 비트코인을 해킹할 수 있을까? 암호화폐 업계에서 오래된 이 논쟁이 다시 불거지면서 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양자컴퓨팅이 비트코인에 미칠 위협을 두고 개발자와 투자자의 생각이 엇갈리고 있다고 미국 암호화폐(가상자산·코인)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가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와 완전히 다른 원리로 작동하는 차세대 컴퓨터다. 0과 1만 사용하는 일반 컴퓨터와 달리, 양자컴퓨터는 0과 1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어 계산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이론상으로는 비트코인의 암호를 풀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비트코인 개발자 대부분은 양자컴퓨터가 당장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비트코인의 암호를 깰 수 있는 기계는 지금 존재하지 않고, 앞으로 수십 년간은 나오지 않을 거라는 입장이다.
비트코인 인프라 기업 블록스트림의 공동창업자 아담 백은 양자컴퓨팅이 "말도 안 되게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아직 풀지 못한 연구 문제가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그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비트코인 설계상 코인이 네트워크 전체에서 한 번에 도난당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백의 생각은 비트코인 개발자들 사이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비판하는 쪽에서는 문제가 시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눈에 보이는 준비가 없다는 게 문제라는 주장이다.
비트코인은 '타원곡선암호'라는 방식으로 지갑을 보호하고 거래를 승인한다. 코인데스크의 설명에 따르면, 충분히 발전한 양자컴퓨터가 '쇼어 알고리즘'(큰 숫자를 작은 숫자들로 쪼개는 양자 계산법)을 쓰면 공개된 공개키에서 개인키를 알아낼 수 있다. 그러면 기존 코인 일부가 위험해질 수 있다.
네트워크가 하루아침에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오래된 방식의 주소에 보관된 돈은 공격받을 수 있다. 여기에는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가 2010년 이후 한 번도 건드리지 않은 110만 개의 비트코인도 포함된다.
지금은 이 위협이 이론에만 머물러 있다. 하지만 각국 정부와 대기업들은 이미 양자컴퓨터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 2030년대 중반까지 기존 암호 방식을 단계적으로 없앨 계획을 세웠다. 클라우드플레어와 애플 같은 기업들은 양자컴퓨터에 강한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했다.
반면 비트코인은 아직 구체적인 대응 계획을 정하지 못했다. 바로 이 차이 때문에 시장이 불안해하고 있다.
투자회사 캐슬아일랜드벤처스의 파트너 닉 카터는 X에서 개발자와 투자자의 생각 차이를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양자 공격이 5년 뒤에 오든 15년 뒤에 오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보다는 암호 기술이 바뀔 때 비트코인이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를 더 걱정한다는 것이다.
개발자들은 비트코인이 실제 위험이 오기 훨씬 전에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사용자들을 양자컴퓨터에 강한 주소로 옮기고, 심한 경우 오래된 지갑에서는 돈을 쓰지 못하게 막는 방안들이 있다. 미리 예방하자는 것이지 나중에 대응하자는 게 아니다.
그런 계획 중 하나가 '비트코인개선제안(BIP)-360'이다. 양자컴퓨터에 강한 암호를 쓰는 새로운 비트코인 주소를 만드는 제안이다.
사용자들이 자기 코인을 다른 수학 방식을 쓰는 지갑으로 옮길 수 있게 해준다. 이 방식은 양자컴퓨터로 뚫기 훨씬 더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BIP360은 세 가지 새로운 서명 방식을 제시한다. 각각 보호 수준이 다르다. 네트워크가 갑자기 한꺼번에 바꾸지 않고 천천히 바꿀 수 있게 한다. 자동으로 바뀌는 건 없다. 사용자들이 원할 때 새 주소로 돈을 옮기면 된다.
BIP360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 제안이 양자컴퓨터가 언제 올지 맞히려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미리 준비하자는 거다. 비트코인을 새로운 암호 방식으로 바꾸는 데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인프라 변경, 사용자들 간 조율이 필요해 수년이 걸릴 수 있다.
일찍 시작하면 나중에 급하게 결정할 위험을 줄인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신중한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는 까닭에 먼 미래의 위협에 미리 대응하려면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코인데스크는 양자컴퓨팅이 지금 당장 비트코인을 위협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그렇게 될 거라는 믿을 만한 예측도 없다. 하지만 기관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장기 투자가 많아지면서, 먼 미래의 위험이라도 명확한 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코인데스크는 개발자와 투자자가 같은 생각을 갖기 전까지는 양자컴퓨터 문제가 계속 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큰 공포는 아니지만 시장 분위기를 무겁게 만드는 불편한 문제로 남는다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