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인데 팥죽은 먹기 싫다는 가족들에게 '이것'을 주면 태도가 달라집니다

2025-12-22 16:45

동지에 꼭 팥죽만 먹었을까...또 다른 음식으로 겨울맞이

12월 22일 동지가 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음식은 팥죽이다. 붉은 팥으로 액운을 막고 한 해의 경계를 넘는다는 의미가 깊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전국 어디서나 동지에 팥죽만 먹었던 것은 아니다. 지역과 집안마다 동지를 보내는 방식은 달랐고, 팥 대신 전혀 다른 재료로 겨울을 맞이한 곳도 있었다. 그중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동치미다.

동치미는 겨울 김치의 상징처럼 알려져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동지를 전후해 반드시 담그거나 꺼내 먹는 절기 음식이었다. 특히 팥을 꺼리거나 아이와 노약자가 많은 집에서는 팥죽 대신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한 그릇 나누며 동지를 보냈다. 동지가 겨울의 한가운데로 들어서는 날인 만큼, 몸을 식히고 속을 정리하는 음식이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유튜브 '우리엄마밥상'
유튜브 '우리엄마밥상'

동치미가 동지 음식으로 자리 잡은 데에는 실용적인 이유도 있다. 동지는 음력이 아니라 절기이기 때문에 해마다 날짜가 비슷하고,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되기 직전이다. 이 시기에 담근 동치미는 날씨가 급격히 차가워지면서 자연스럽게 저온 발효가 진행돼 맛이 가장 안정된다. 그래서 예부터 “동지 지나 동치미가 제맛”이라는 말이 전해져 내려왔다.

팥죽이 액막이와 상징의 음식이라면, 동치미는 겨울을 버티는 생활의 음식에 가까웠다. 무를 통째로 썰어 넣고 소금, 마늘, 생강, 배, 고추를 넣어 담근 동치미는 시간이 지날수록 국물이 맑아지고 맛이 깊어진다. 동짓날 무렵에는 아직 무가 단단하고 수분이 많아 국물이 시원하게 우러난다. 이 국물 한 그릇이면 속이 답답하지 않고, 기름진 겨울 음식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유튜브 '우리엄마밥상'
유튜브 '우리엄마밥상'

특히 동지 무렵에는 밤이 길고 활동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소화가 잘되는 음식이 중요했다. 동치미 국물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입맛을 깨워준다. 팥죽처럼 배를 든든하게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하루의 시작이나 마무리에 몸을 가볍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동지 아침에 동치미 국물을 먼저 마시고 하루를 시작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동치미는 만들기도 비교적 간단하다. 무는 껍질째 깨끗이 씻어 큼직하게 썰고, 소금에 살짝 절여 물기를 뺀다. 여기에 물과 함께 마늘, 생강, 고추, 배를 넣어 담근다. 이때 중요한 점은 양념을 과하게 넣지 않는 것이다. 동지 동치미는 시원함이 핵심이기 때문에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 있어야 한다. 너무 맵거나 짜면 겨울 내내 먹기 부담스럽다.

유튜브 '우리엄마밥상'
유튜브 '우리엄마밥상'

동지를 기준으로 담근 동치미는 설 무렵까지도 맛이 유지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무의 단맛이 국물에 스며들고, 자연스러운 발효 향이 더해진다. 그래서 동치미는 단순한 반찬이 아니라 겨울 식탁의 중심 역할을 했다. 국수에 부어 먹거나, 밥 말아 한 끼로 대신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동치미를 단순히 김치의 한 종류로만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동지와 연결해 보면 이 음식이 가진 의미는 꽤 깊다. 팥죽처럼 강한 상징을 담지는 않았지만,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받아들이는 지혜가 담겨 있다. 차가운 국물로 속을 정리하며 긴 겨울을 준비하는 방식이다.

동지에 꼭 팥죽을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면 선택지는 넓어진다. 팥을 좋아하지 않거나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라면, 동치미 한 그릇으로도 충분히 절기의 의미를 느낄 수 있다. 동지는 무엇을 먹느냐보다, 계절의 흐름을 인식하고 몸을 돌보는 날이다. 올해 동지에는 팥죽 대신 시원한 동치미로 조용히 겨울의 문턱을 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유튜브, 우리엄마밥상
home 위키헬스 기자 wikihealth75@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