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성탄절과 새해를 앞두고 관행처럼 이어져 왔던 대통령 특별사면을 이번에는 시행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말을 앞둔 정치권의 관심사였던 사면 카드가 사실상 테이블에서 내려간 셈이다.
22일 경향신문이 단독 보도한 내용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사면 실무를 담당하는 민정수석실과 법무부에 성탄절이나 신년 특별사면, 복권과 관련한 별도의 지시나 검토 요청을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별사면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지만, 실제로는 대상자 선정과 자료 검토 등 준비에 최소 한 달가량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통상 연말 사면이 이뤄질 경우 대통령실이 사전에 관련 부처에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현재까지 대통령의 사면 관련 지시가 전혀 없는 상태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사면은 대통령 전권 사안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대통령의 의중이 전달돼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없다”며 “교정시설 수용자뿐 아니라 복권 대상자까지 기준에 따라 선별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신년 특사는 지금 시점에서 사실상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그간 역대 대통령들은 연말이나 연초를 계기로 특별사면을 단행해 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22년 12월 30일 신년 특별사면을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잔형 집행을 면제했고,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조윤석 전 정무수석 등을 복권시켰다. 이후 집권 3년차까지 모두 다섯 차례의 사면을 단행하며 정치적 논란이 이어지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문재인 정부 말기였던 2021년 12월 31일 신년 특별사면으로 수감생활을 마쳤다. 이처럼 연말 사면은 정권마다 반복돼 왔지만, 동시에 국민 여론의 반발을 불러오는 단골 이슈이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두 달 뒤인 지난 8월, 광복절을 계기로 한 차례 특별사면을 단행한 바 있다. 당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윤미향, 홍문종 전 의원 등 여야 정치인이 포함되면서 정치적 해석이 뒤따랐다. 이번 연말에는 추가 사면 대신 국정 운영의 안정성과 원칙을 우선하겠다는 판단이 깔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연말 특별사면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이번 정부의 사면 기조가 이전 정부들과 어떻게 달라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사면 대신 제도와 원칙을 앞세운 국정 운영이 이어질지, 내년 광복절을 전후로 다시 사면 논의가 불붙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