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쌀을 주식으로 하는 유사한 식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야채 섭취량에서는 믿기 힘들 정도의 격차를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야채 소비국인 반면, 일본은 권장 섭취량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입맛의 문제를 넘어 양국의 식사 구조와 문화적 배경에서 기인한다.
김밥과 오니기리가 보여주는 ‘재료의 양’
두 나라의 야채 섭취 차이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음식은 ‘김밥’과 ‘오니기리’다. 한국의 김밥은 주재료인 밥보다 속재료의 비중이 더 크다. 시금치, 당근, 오이, 우엉, 단무지 등 최소 4~5가지 이상의 야채가 기본으로 들어간다. 반면 일본의 주먹밥인 오니기리는 밥 속에 매실장아찌(우메보시) 한 알이나 명란젓 한 점 등 한 가지 속재료만 넣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심지어 밥에 소금 간만 하거나 후리카케를 뿌려 먹는 식문화가 보편적이라 한 끼 식사에서 얻는 야채의 양이 한국에 비해 현저히 적다.

국가별 식단의 기본 구성인 ‘밑반찬’ 문화에서도 차이는 벌어진다. 한국은 식탁에 앉는 순간 김치를 포함해 각종 나물무침과 볶음 등 야채 중심의 밑반찬이 기본으로 깔린다. 이는 추가 비용 없이 제공되는 한국 특유의 인심이자 식문화다. 하지만 일본은 ‘오토오시(자릿세 개념의 기본 안주)’나 별도의 반찬(고바치)을 주문할 때마다 추가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럽게 야채 섭취 기회가 제한된다.
‘야채가 주연인가 조연인가’
외식 메뉴인 고기 요리에서도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한국은 삼겹살이나 갈비를 먹을 때 상추, 깻잎, 고추, 마늘을 곁들이는 ‘쌈’ 문화가 필수적이다. 고기 한 점에 야채 서너 장을 겹쳐 먹는 방식 덕분에 고기 소비량이 늘어날수록 야채 섭취량도 비례해서 증가한다. 반면 일본의 고깃집(야키니쿠)에서는 야채를 별도의 메뉴로 판매한다. 양배추나 상추 한 접시를 먹기 위해 추가 비용을 내야 하므로, 많은 일본인이 오직 고기와 밥에만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보양식인 장어를 먹는 법도 다르다. 일본의 ‘우나쥬(장어덮밥)’는 정말 밥 위에 장어만 얹어 나오는 반면, 한국식 장어구이는 생강채, 부추무침, 각종 쌈 채소와 함께 제공된다. 국물 요리인 된장찌개 역시 일본의 미소시루는 건더기보다 국물 자체를 마시는 ‘차(茶)’의 개념에 가깝지만, 한국의 된장찌개는 애호박, 양파, 버섯, 무 등 온갖 야채가 듬뿍 들어간 ‘건더기 중심’의 찌개로 발달했다.
6kg vs 200g, 수치로 보는 압도적 격차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마늘과 고추 등 핵심 식재료의 소비량이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연간 마늘 소비량은 1인당 약 6kg에 달한다. 이는 일본인의 연간 소비량인 200g의 30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일본인에게 마늘은 향을 돋우는 소량의 양념이지만, 한국인에게 마늘은 그 자체로 요리의 기반이자 ‘야채’로서 소비된다.

고추 소비량 또한 극명하다. 한국인은 연간 약 3kg의 고추를 소비하지만, 매운맛에 약한 일본인은 1인당 고작 4g 내외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고추장이라는 고유의 양념뿐만 아니라 김치, 찌개, 조림 등 거의 모든 요리에 고추와 마늘을 대량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야채 소비량이 비약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문화가 만든 ‘야채 강국’ 대한민국
한국이 이토록 야채 소비가 많은 이유는 ‘약식동원(藥食同源, 음식과 약은 뿌리가 같다)’ 사상에 기반한 나물 문화와 김장 문화 덕분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환경에서 제철 채소를 데치고 무쳐 먹는 나물 종류만 해도 수백 가지에 달한다.
가까운 이웃 나라이지만 한국은 ‘야채를 듬뿍 넣고 섞어 먹는 문화’를, 일본은 ‘재료 본연의 맛을 위해 섞지 않고 소량씩 즐기는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가 오늘날 양국 국민의 영양 균형과 야채 섭취량이라는 지표에서 커다란 격차를 만들어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