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조식 뷔페에서 접시에 올려진 계란 후라이는 늘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다. 노른자의 모양은 살아 있고, 흰자는 흐트러짐 없이 말끔하다.
가장자리는 타지 않았고, 그렇다고 기름에 튀긴 듯 바삭하지도 않다. 집에서 해보면 이상하게 이 느낌이 잘 안 난다. 불을 줄였는데도 가장자리가 딱딱해지고, 노른자는 금세 터진다. 호텔 계란 후라이에는 분명한 이유와 요령이 있다.

호텔식 계란 후라이의 출발점은 계란의 온도다. 냉장고에서 막 꺼낸 차가운 계란은 흰자와 노른자의 응고 속도가 달라 실패 확률이 높다. 호텔에서는 계란을 실온에 잠시 두었다가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집에서도 조리 10분 전쯤 미리 꺼내두면 흰자가 고르게 퍼지고 노른자도 안정적으로 익는다.
프라이팬 선택도 중요하다. 코팅이 잘 된 팬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표면이 거친 팬에서는 흰자가 들러붙고, 떼어내는 순간 노른자가 터지기 쉽다. 팬은 중불보다 약한 불에서 충분히 예열한다. 손을 가까이 대면 따뜻함이 느껴질 정도면 적당하다. 팬이 덜 달궈진 상태에서 계란을 올리면 흰자가 퍼지며 질감이 거칠어진다.
기름은 많이 넣지 않는다. 호텔 계란 후라이가 깔끔한 이유는 기름에 튀기지 않기 때문이다. 팬 전체에 얇게 코팅될 정도만 사용한다. 버터 대신 식물성 기름을 쓰는 것도 포인트다. 버터는 풍미는 좋지만 쉽게 타고 색이 변한다. 호텔 조식 계란이 유난히 하얗게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계란을 깨는 방식도 결과를 좌우한다. 팬 위에서 바로 깨지 말고 작은 그릇에 한 번 옮긴 뒤 팬에 천천히 붓는다. 이렇게 하면 노른자 위치를 정확히 잡을 수 있고, 껍질이 들어갈 걱정도 없다. 붓는 순간 팬을 살짝 기울여 흰자가 노른자를 감싸듯 퍼지게 하면 모양이 훨씬 단정해진다.
불 조절이 가장 핵심이다. 계란을 올린 뒤에도 불은 계속 약불을 유지한다. 흰자 가장자리가 지글지글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이미 센 편이다. 소리가 거의 나지 않게, 흰자가 서서히 굳는 상태가 이상적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흰자는 매끈하게 익고 가장자리가 마르지 않는다.
호텔에서는 뚜껑이나 스팀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집에서도 간단히 흉내 낼 수 있다. 계란을 올린 뒤 팬에 뚜껑을 덮고 30초에서 1분 정도만 기다린다. 이때 물을 넣지 않아도 된다. 팬 안의 열과 수분으로 노른자 표면이 살짝 막을 씌운 듯 익으면서 터질 위험이 줄어든다. 완숙이 아니라 반숙 상태를 유지하기에도 좋다.

소금은 마지막에 친다. 처음부터 소금을 뿌리면 흰자가 수분을 잃고 표면이 거칠어질 수 있다. 계란이 거의 다 익었을 때, 노른자를 피해 흰자 위주로 살짝 뿌리는 것이 좋다. 호텔 조식 계란이 유난히 부드럽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다.
뒤집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호텔식 계란 후라이는 대부분 한쪽 면만 익힌다. 뒤집는 순간 노른자가 퍼질 가능성이 커진다. 흰자가 완전히 익고 노른자가 원하는 상태가 되면 그대로 접시에 옮긴다. 팬에서 오래 두지 않는 것도 깔끔한 마무리의 비결이다.
정리하면 호텔 계란 후라이는 특별한 재료보다 과정의 차이다. 실온 계란, 약불, 적은 기름, 뚜껑 활용. 이 네 가지만 지켜도 집에서도 충분히 비슷한 결과를 낼 수 있다. 아침 식탁에 올라온 계란 후라이 하나가 달라지면, 하루의 시작도 조금은 달라진다. 호텔 조식이 부럽다면, 내일 아침 불부터 한 단계 낮춰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