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만8000마리, 337만 마리가 한꺼번에... 연이어 큰 재앙 맞은 곳

2025-12-22 12:14

올해 경남 바다는 말 그대로 '통곡의 바다'

경남 남해 미조면 바닷가. 한 양식업자가 추석 상에 올릴 참돔을 건져 올리려 배를 몰았다. 그런데 그물망 안에서 떠오른 건 싱싱한 생선이 아니었다. 배를 뒤집은 채 죽어 있는 물고기들. 11만 마리 중 9만 마리가 폐사했다.

물고기들이 폐사한 가두리 양식장. / 통영시 제공
물고기들이 폐사한 가두리 양식장. / 통영시 제공

올해 경남 양식업계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을 겪었다. 2월 혹한으로 시작해 여름과 가을엔 뜨거운 바닷물, 붉은 적조, 산소 부족 현상까지 삼중고가 몰아쳤다. 우리 밥상에 올라야 할 참돔, 굴, 가리비가 바다에서 떼죽음을 당한 것이다.

경남은 한국 양식업의 심장부다. 통영, 거제, 고성, 남해를 중심으로 전국 해상 가두리 양식장 절반 이상이 이곳에 모여 있다. 올해 통계청 자료를 보면 전국 양식 면적 83만㎡ 가운데 경남이 43만㎡를 차지한다. 굴, 홍합, 가리비, 멍게 생산량도 전국 1위다. 이 거대한 수산 단지가 흔들리고 있다.

재앙은 2월부터 시작됐다. 입춘 무렵 찾아온 강추위로 통영 등 3개 지역 39곳 양식장에서 참돔과 능성어 80만8000마리가 얼어 죽었다. 피해액만 28억8700만 원. 참돔은 도미과 어류로 붉은 빛깔에 흰 살을 가진 고급 생선이다. 회나 구이로 즐겨 먹으며 특히 일본 수출용으로 인기가 높다. 능성어는 농어목 바릿과에 속하는 고급 어종으로 '자바리'라고도 불린다. 쫄깃한 식감과 담백한 맛 덕분에 고급 횟감으로 대접받는다.

여름으로 접어들자 더 큰 재앙이 기다리고 있었다. 8월부터 10월 초까지 두 달간 남해안 일대를 뒤덮은 코클로디니움 적조가 주범이었다. 6년 만에 나타난 이 붉은 물결은 남해, 사천, 하동, 거제, 통영, 고성 등 6개 지역 123곳 양식장을 휩쓸었다. 337만 마리가 죽어 나갔고 피해액은 68억9100만 원에 달했다. 2014년 이후 11년 만에 최악의 적조 피해였다.

적조를 피했다고 안심할 수 없었다. 뜨거운 바닷물이 또 다른 적이었다. 8월 통영 등 3개 지역 65곳 양식장에선 고수온으로 383만8000마리가 폐사했다.

패류 양식장도 타격을 받았다. 산소가 부족한 물덩어리가 바다 밑바닥에 깔리면서 창원과 고성 113곳 양식장에서 홍합, 굴, 가리비, 멍게가 집단 폐사했다. 2725줄(1줄은 100m)이 죽어 37억200만 원 손실을 냈다.

홍합은 검은색 껍질 안에 주황빛 살이 들어 있는 담치과 조개다. 탕이나 찜으로 즐겨 먹는 서민 해산물이다. 굴은 굴과에 속하는 패류로 '바다의 우유'로 불린다. 아연과 타우린이 풍부해 영양가가 높고 굴국밥, 굴전 등으로 사랑받는다. 가리비는 가리비과 조개로 부채 모양 껍데기가 특징이다. 쫄깃하고 달콤한 맛 덕분에 회나 구이로 인기가 높다. 멍게는 척삭동물문에 속하는 바다생물이다. 독특한 향과 쌉싸름한 맛이 매력이다. 껍질을 벗기면 노란 속살이 나오는데 회로 먹거나 비빔밥에 넣어 먹는다.

보험에 가입했어도 전액 보상은 힘들다. 높은 보험료를 내고도 실제 피해액 일부만 돌려받는 경우가 많다. 보험 미가입 어민은 정부와 지자체가 주는 복구비 외엔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물고기들이 폐사한 가두리 양식장. / 경남도 제공
물고기들이 폐사한 가두리 양식장. / 경남도 제공

양식 어민들은 재해가 해마다 심해진다고 입을 모은다. 지구 온난화로 바다 환경이 바뀌면서 재해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는데 패턴 예측조차 어려워 대응이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순 없다. 어민들은 피해를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양식업계에선 드론 같은 첨단 장비 활용을 제안하고 나섰다. 올해 민간 드론으로 적조 예찰을 처음 시도한 결과, 하늘에서 적조 띠의 이동 방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배로 확인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남도는 여러 대책을 내놨다. 재해보험 국비 지원을 늘리고 재난지원금 한도를 올려달라고 정부에 계속 요청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바다 환경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스마트 양식장을 만들고, 고수온에 잘 견디는 새 품종을 개발해 매년 되풀이되는 재난에 맞서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