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문턱이 조금 더 낮아졌다. 복잡한 용어와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은행 이용에 어려움을 겪던 이들을 위해 아주 특별한 책이 나왔다. 은행연합회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함께 발달장애인의 눈높이에 딱 맞춘 알기 쉬운 대출 안내서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번 안내서는 금융 당국이 추진해 온 발달장애인 은행 거래 불편 최소화 방안의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금융 상품, 특히 대출은 일반인에게도 어렵다. 하물며 발달장애인에게는 그 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기관이 머리를 맞댔다. 책은 단순히 글씨만 빽빽한 설명서가 아니다. 이해하기 쉬운 단어와 직관적인 그림을 중심에 배치해 누구나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책의 구성은 체계적이다. 크게 개념편과 실전편 두 권으로 나뉜다. 개념편에서는 대출이 무엇인지, 은행은 어떻게 이용하는지 등 기초적인 내용을 다룬다. 돈과 소득의 의미부터 신용 거래가 무엇인지 차근차근 짚어준다. 실전편은 말 그대로 실전이다. 대출을 신청하는 구체적인 방법부터 필요한 서류, 내야 하는 수수료 등을 상세히 안내한다.
종이책의 한계를 넘으려는 시도도 돋보인다. 책 곳곳에 QR코드를 넣어두었다.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관련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동영상 콘텐츠로 연결된다. 글을 읽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도 영상을 통해 상담사가 옆에서 말해주듯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는 실제 은행 창구에서 상담받을 때 의사소통을 돕는 중요한 도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출을 권장하기보다 신중함을 먼저 가르친다. 무분별한 대출이 가져올 수 있는 과도한 상환 부담을 예방하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대출은 개인의 소득과 신용 상태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는 점, 꼭 필요한 금액만 빌려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특히 돈을 갚지 못했을 때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다룬다. 담보 대출의 경우 내 물건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사실, 원금과 이자를 제때 갚지 않으면 불이익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쉽게 풀어서 경고한다. 대출 신청 방법뿐만 아니라 대출받은 후의 의무와 책임, 그리고 금융 소비자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까지 균형 있게 담아냈다.
이 안내서는 은행권에 약 6,000세트,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약 1,000세트가 배포된다. 전국의 은행 장애인 전담 창구와 관련 기관 등에서 대출 상담 자료나 금융 교육 교재로 쓰일 예정이다. 책을 직접 구하기 어렵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은행연합회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홈페이지에 전자 자료가 게시되어 있어, 발달장애인과 보호자 등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자유롭게 다운로드해 활용할 수 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이번 발간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금융 상품 이해를 돕고 상담 과정에서 소통이 원활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