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일본 가정의 식탁에는 유난히 자주 오르는 채소가 있다. 이름은 코마츠나. 시금치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맛과 쓰임은 또 다르다. 일본에서는 너무 흔해서 특별히 건강식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겨울철 영양을 책임지는 대표적인 제철 채소로 꼽힌다. 한국에서는 아직 이름조차 낯설지만, 알고 보면 우리 식탁에도 잘 어울리는 채소다.
코마츠나는 일본 도쿄 에도가와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재배돼 온 채소다. 이름도 ‘고마쓰’라는 지명에서 유래했다. 십자화과에 속해 배추, 청경채와 가까운 친척이다. 잎은 시금치보다 두껍고 줄기는 아삭한 편이며, 풋내가 적고 쓴맛이 거의 없다. 그래서 날로 먹기보다 데치거나 볶아 먹는 경우가 많다.

코마츠나가 특히 사랑받는 계절은 겨울이다. 추위를 견디며 자라기 때문에 겨울에 수확한 코마츠나는 잎이 단단하고 단맛이 더해진다. 낮은 기온에서 생육할수록 세포 내 당분이 늘어나 동결을 막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겨울 코마츠나는 조리했을 때 물러지지 않고, 국물 요리에서도 식감이 살아 있다.
영양 면에서도 겨울 코마츠나는 주목할 만하다. 칼슘 함량이 매우 높은 채소로 알려져 있다. 100g 기준으로 보면 우유 못지않은 칼슘을 함유하고 있으며, 비타민 C와 베타카로틴도 풍부하다. 겨울철 햇볕 부족으로 비타민 D 합성이 줄어드는 시기에는 칼슘 섭취가 더욱 중요해지는데, 코마츠나는 이 부분을 자연스럽게 보완해 준다.

코마츠나는 열에 강한 편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시금치는 데치면 비타민 C 손실이 큰 편이지만, 코마츠나는 조직이 치밀해 비교적 영양 손실이 적다. 일본 가정에서 국이나 나베, 볶음 요리에 자주 사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된장국이나 간장 베이스 국물에 넣으면 채소 특유의 단맛이 국물에 배어든다.
겨울철 감기 예방 식재료로도 코마츠나는 활용도가 높다.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돼 점막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건조한 겨울철에 코와 목이 쉽게 상하는 이유는 점막이 약해지기 때문인데, 이런 시기에 코마츠나를 꾸준히 섭취하면 호흡기 건강에 도움이 된다.
조리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데쳐서 간장과 참기름만으로 무쳐도 되고, 마늘과 함께 볶아 반찬으로 만들어도 좋다. 일본에서는 튀김옷을 입혀 텐푸라로 즐기기도 한다. 한국식으로는 콩나물 대신 국에 넣거나, 된장찌개에 청경채 대신 사용해도 무리가 없다. 향이 강하지 않아 기존 재료의 맛을 해치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보관법도 겨울 채소답게 까다롭지 않다. 씻지 않은 상태로 신문지나 키친타월에 싸서 냉장 보관하면 일주일 정도는 신선함을 유지한다. 잎이 시들기 시작하면 데쳐서 냉동 보관하는 것도 방법이다. 냉동 후에도 식감 손실이 크지 않아 국이나 볶음용으로 쓰기 좋다.
한국에서 코마츠나가 낯선 이유는 재배와 유통이 아직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본 요리 전문 마트나 일부 로컬 농가를 통해 점점 소개되고 있다. 청경채와 비슷한 재배 환경을 갖고 있어 국내 재배 가능성도 충분하다. 겨울철 시금치 값이 오를 때 대체 채소로 활용하기에도 적합하다.
코마츠나는 화려한 슈퍼푸드는 아니지만, 겨울 식탁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생활형 채소다. 특별한 조리 기술 없이도 맛과 영양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일본에서는 너무 익숙해 주목받지 못했지만, 한국에서는 오히려 새롭고 실용적인 겨울 식재료가 될 수 있다. 익숙한 채소에 지쳤다면, 이번 겨울 한 번쯤 코마츠나를 식탁에 올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