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 눅눅해졌다면 여기에 넣어보세요…밥 두 공기 순식간에 비웁니다

2025-12-21 14:54

중금속과 미세먼지 흡착하는 K-반도체

겨울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요즘, 우리 식탁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귀한 대접을 받는 식재료가 있다. 바로 바다의 반도체라 불리는 김이다.

김 자료사진 /  DancingFire-shutterstock.com
김 자료사진 / DancingFire-shutterstock.com

보통 김이라고 하면 밥에 싸 먹는 조미김이나 김밥용 김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김의 진면목을 느끼고 싶다면 김국을 끓여보라고 권한다. 비주얼은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한 번 맛을 보면 왜 이제야 알았을까 하는 탄성이 터져 나온다.

멸치 육수에 김 한 장의 마법, 밥도둑 김국 레시피

김국은 조리법이 너무나 간단해 요리 초보자들도 5분 만에 완성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맛은 깊은 바다를 통째로 옮겨온 듯 풍부하다. 국물 요리의 핵심은 감칠맛인데, 김 자체가 천연 조미료 성분을 가지고 있어 육수는 평소보다 가볍게 내도 좋다.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진하게 우려낸 육수가 끓기 시작하면 국간장이나 멸치액젓으로 밑간을 한다.

핵심 재료인 김은 김밥용 구운 김이나 마른 돌김을 준비한다. 김을 가스 불에 살짝 구워 비린내를 날린 뒤, 위생 봉지에 넣어 잘게 부순다. 육수에 부순 김을 듬뿍 넣는데, 김은 금방 풀어지므로 오래 끓일 필요가 없다. 달걀을 가볍게 풀어 줄을 치듯 두르고 송송 썬 대파를 넣는다. 마지막으로 참기름 한 방울과 통깨를 뿌리면 고소함이 극대화된다. 밥 두 공기 예약이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부드럽게 넘어가는 김의 식감과 달걀의 담백함, 그리고 육수의 감칠맛이 어우러져 입맛 없는 아침 식사나 해장용으로 이만한 음식이 없다.

바다에서 온 영양제, 김의 놀라운 효능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김은 단순히 맛있는 식재료를 넘어 영양의 보고다. 서양에서는 김을 블랙 슈퍼푸드라 부르며 주목하고 있다. 우선 김의 별명은 바다에서 나는 고기다. 마른 김 5장의 단백질 함량은 달걀 1개와 맞먹을 정도로 풍부하다.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하기에 가장 간편하고 맛있는 방법이다.

또한 김에는 비타민 A가 풍부하여 시력 보호와 야맹증 예방에 도움을 준다. 채식주의자들에게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B12가 식물성 식품 중 거의 유일하게 다량 함유되어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김의 약 30에서 40퍼센트는 식이섬유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장운동을 활발하게 하여 변비 예방에 효과적이며,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미역처럼 김에도 알긴산이라는 성분이 들어있는데, 이는 체내 중금속과 미세먼지를 흡착해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대한민국 김, 검은 금이 되어 세계를 홀리다

김밥 자료사진 / SUNGMOON HAN-shutterstock.com
김밥 자료사진 / SUNGMOON HAN-shutterstock.com

최근 김의 위상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뜨겁다. 과거 서양인들에게 김은 바다의 잡초 혹은 까만 종이라며 기피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한국 농수산식품수출연합회에 따르면, 한국 김 수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다. 미국, 중국, 일본은 물론 동남아와 유럽까지 한국 김의 매력에 빠졌다.

해외에서는 김을 반찬이 아닌 건강한 스낵으로 인식한다. 감자칩보다 칼로리는 낮으면서 짭짤한 맛이 일품인 김 스낵은 월마트나 코스트코 같은 대형 마트에서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간식으로 김을 먹는 모습이 포착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다. 이러한 글로벌 인기는 케이푸드의 위상을 높이는 일등 공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남은 김이 눅눅해졌다면 김국이 정답인 이유

냉동실 구석에 방치된 눅눅한 김은 처치 곤란이다. 구워도 바삭함이 살아나지 않고 특유의 찌든 냄새가 나기도 한다. 이럴 때 김국은 최고의 구원투수가 된다. 국물에 들어가는 순간 김의 눅눅함은 부드러운 식감으로 승화되고, 열기에 의해 잡내도 날아간다. 오히려 얇은 김보다 약간 두꺼운 돌김이나 파래김으로 끓였을 때 그 씹는 맛이 더 좋다.

연말연시 잦은 술자리와 과식으로 지친 위장에게 따뜻한 김국 한 그릇을 선물해보자.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