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식탁 앞에서 고민이 길어진다. 특별해 보이면서도 준비는 복잡하지 않고, 여러 사람이 함께 둘러앉아 먹기 좋은 메뉴가 필요하다.
이럴 때 의외의 재료 하나가 눈길을 끈다. 바로 라면 스프다. 최근 유튜브를 중심으로 라면 스프를 활용해 밀푀유나베를 만드는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간단하지만 그럴듯하고, 무엇보다 실패 확률이 낮다는 점에서 연말 손님 초대 요리로 제격이다.
◆ 밀푀유나베, 보기보다 손이 많이 가는 요리
밀푀유나베는 배추와 고기, 채소를 겹겹이 쌓아 올린 뒤 국물에 끓여 먹는 일본식 전골이다. 접시에 담기 전부터 이미 완성된 듯한 모양 덕분에 상차림의 중심이 된다. 다만 문제는 육수다. 다시마와 가쓰오부시를 우려내고 간을 맞추는 과정이 번거로워 집에서 시도하기 망설여지는 경우가 많다. 이 허들을 단번에 낮춰주는 것이 바로 라면 스프다.
◆ 라면 스프가 의외로 잘 어울리는 이유
라면 스프는 이미 염도와 감칠맛의 균형이 잡혀 있다. 소금, 간장, 마늘, 후추, 조미료까지 한 봉지에 담겨 있어 별도의 양념이 거의 필요 없다. 배추에서 나오는 단맛과 고기 기름이 더해지면 자극적인 라면 맛이 아니라 깊은 전골 국물로 변한다. 특히 밀푀유나베처럼 재료 본연의 맛이 중요한 요리에서는 과하지 않은 라면 스프의 감칠맛이 오히려 장점이 된다.

◆ 만드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냄비 바닥에 배추와 얇게 썬 고기, 버섯을 겹겹이 세워 담는다. 물은 재료가 잠길 듯 말 듯만 붓고, 라면 스프를 반에서 세 분의 이 정도만 넣는다. 센 불에서 끓이다가 끓어오르면 중불로 줄여 배추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익히면 끝이다. 마지막에 후추를 약간 뿌리거나 파를 올리면 완성도가 높아진다. 국물이 부족해지면 물을 조금씩 보충해도 간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 연말 손님상에 잘 어울리는 이유
밀푀유나베는 한 냄비로 모두가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접시에 나눠 담지 않아도 되고, 식탁 위에서 끓이기만 하면 되니 주방에 오래 머물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냄비를 여는 순간 보이는 단정한 단면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정성을 들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준비 시간이 짧아, 손님을 맞이하는 사람의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 호불호가 적은 맛이라는 장점
연말 모임에는 입맛이 제각각인 사람들이 모인다. 밀푀유나베는 맵지 않고, 짜지도 않게 조절할 수 있어 남녀노소 모두에게 무난하다. 라면 스프를 전부 넣지 않고 조절하는 방식이라 자극적인 맛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부족한 간은 각자 앞접시에서 소스나 후추로 보완하면 된다.

◆ 남은 국물까지 활용 가능한 요리
식사가 끝난 뒤 남은 국물에 우동이나 칼국수 면을 넣으면 자연스럽게 마무리 메뉴가 된다. 따로 육수를 더할 필요 없이, 이미 배추와 고기의 맛이 우러난 국물이 깊은 맛을 낸다. 연말 모임에서 흔히 아쉬운 마무리를 깔끔하게 해결해주는 부분이다.
라면 스프는 더 이상 라면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익숙한 재료를 조금만 다르게 쓰면, 연말 식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으면서도 분위기는 살리고 싶은 날이라면, 라면 스프로 끓여낸 밀푀유나베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