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 아니야?…생긴 건 비슷하지만 끓이면 끓일수록 파와는 다르다는 '식재료'

2025-12-20 20:13

일본 밥상의 기본, 나가네기…파 하나로 맛이 달라진다

일본 요리를 떠올리면 스시나 라멘이 먼저 생각나지만, 그 밑바탕에는 늘 같은 재료가 있다. 바로 나가네기다.

한국의 대파와 닮았지만 쓰임새와 맛의 결이 조금 다른 이 채소는 일본 가정식과 외식 메뉴 전반에 빠지지 않는다. 단순한 향신 채소를 넘어, 요리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핵심 재료로 취급된다.

나가네기는 일본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파의 한 종류다. 형태는 한국 대파와 비슷하지만 줄기가 더 굵고 흰 부분이 길다. 잎은 단단하고 수분이 적어 조리해도 쉽게 흐물거리지 않는다. 생으로 먹으면 알싸한 매운맛이 있지만, 불을 만나면 단맛이 빠르게 살아나는 것이 특징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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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파가 국물 맛을 내는 데 주로 쓰인다면, 나가네기는 그 자체가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일본 요리에서는 나가네기를 큼직하게 썰어 굽거나 조림으로 내는 일이 흔하다. 흰 부분을 중심으로 사용하며, 익혔을 때의 달큰함과 부드러운 식감을 중요하게 여긴다. 향이 강하지 않아 다른 재료의 맛을 해치지 않는 점도 장점이다.

나가네기는 된장국, 나베, 스키야키, 라멘까지 폭넓게 쓰인다. 특히 겨울철에는 나베 요리의 필수 재료로 꼽힌다. 고기나 생선의 잡내를 잡아주면서도 국물에 은은한 단맛을 더한다. 기름에 볶거나 구워도 타지 않고 단맛이 응축돼, 조리 난도가 낮은 재료로 평가받는다.

나가네기의 진가는 열을 가했을 때 드러난다. 센 불에서 살짝 구우면 표면은 고소해지고 속은 촉촉하게 익는다. 오래 끓이면 매운맛 성분이 빠지며 단맛이 두드러진다. 일본에서는 나가네기를 통째로 구워 간장이나 미소 소스를 살짝 곁들여 먹기도 한다. 파가 주재료가 되는 장면이 자연스럽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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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네기는 한국 대파보다 향이 순해 다양한 요리에 부담 없이 쓸 수 있다. 파기름을 낼 때 사용하면 기름 맛이 깔끔하고, 고기 구이 곁들임 채소로도 잘 어울린다.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에 넣어도 국물이 탁해지지 않는다. 대파가 강하게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나가네기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나가네기는 파류 특유의 유황 성분을 함유해 면역력 유지에 도움을 준다. 혈액순환을 돕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성질이 있어 겨울 식재료로 적합하다. 식이섬유도 풍부해 소화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일본에서 감기 기운이 있을 때 나가네기를 듬뿍 넣은 국을 먹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나가네기는 화려한 재료는 아니지만, 요리의 방향을 바꾸는 힘이 있다. 국물은 더 맑아지고, 구이는 더 달아진다. 일본 요리가 전반적으로 담백하고 정돈된 인상을 주는 데에는 이런 기본 재료의 역할이 크다. 익숙한 파와 닮았지만 다른 성격을 지닌 나가네기는, 식탁에 작은 변화를 주고 싶은 사람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home 위키헬스 기자 wikihealth75@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