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SF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영화 ‘대홍수’가 공개 직후 차트 정상에 올랐다.

지난 19일 넷플릭스 영화 부문 TOP 10에서 1위를 차지하며 화려하게 출발한 ‘대홍수’는 지구의 마지막 날, 대홍수가 덮친 아파트 안에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SF와 재난물의 결합으로 일찍이 화제를 모았던 이 작품은 지난 9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 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꾸준히 기대를 모아왔다.
영화의 배경인 고립된 아파트는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장치다. 물이 차오르는 밀폐된 공간에서 인물들이 느끼는 압박감과 심리적 변화를 세밀하게 묘사했다. 연출을 맡은 김병우 감독은 전작 ‘더 테러 라이브’와 ‘PMC: 더 벙커’를 통해 한정된 공간에서의 심리 묘사에 탁월한 역량을 증명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아파트는 단순한 배경을 넘어 거주자의 개성이 반영된 소우주이자 인간 내면을 탐구하는 서사의 중심축으로 기능한다. 김 감독은 장르적 재미와 신비로운 분위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배우 김다미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마녀’를 통해 강렬하게 데뷔한 이후 다양한 작품에서 사랑받아온 그는 이번 영화에서 6살 아들을 둔 엄마 ‘안나’ 역을 맡았다. 김다미는 제작보고회에서 모성애를 연기하는 것에 대한 깊은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으나, 재난 상황 속에서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무거운 진실을 마주한 인물의 복합적인 심경을 안정적으로 그려냈다. 김 감독은 김다미가 극 중 안나 그 자체였으며, 막대한 정보량과 심리적 부담을 훌륭히 소화해냈다고 극찬했다.
또 다른 축은 배우 박해수의 밀도 높은 연기력이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수리남’ 등 굵직한 히트작을 통해 ‘넷플릭스의 공무원’이라는 별칭까지 얻은 박해수는 이번 영화에서 인력보안팀 소속 ‘희조’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잡는다. 희조는 대홍수라는 불가항력적인 재난 속에서 안나(김다미 분)를 구조하기 위해 끝까지 사투를 벌이는 인물이다. 박해수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도 냉철함을 유지하려 애쓰는 동시에, 생존을 향한 처절한 본능을 눈빛과 거친 호흡으로 완벽히 표현해냈다.

현실감 넘치는 시각 효과와 제작진의 기술력도 돋보인다. VFX 작업 중 난도가 가장 높기로 유명한 물의 질감을 살리기 위해 제작진은 촬영 전 모든 장면을 사전에 정밀하게 설계했다. 배우들 또한 수영, 스쿠버 다이빙, 프리다이빙 등을 익히며 수중 촬영에 대비했다. 특히 물속 상황을 재현하기 위해 연기로 가득 찬 스튜디오에서 수중인 것처럼 연기하는 ‘드라이 포 웻(Dry for Wet)’ 기법을 도입했는데, 이는 배우와 와이어, 카메라 무빙이 완벽하게 맞물려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었다.
한국 SF 장르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한 ‘대홍수’는 현재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의 시청자 반응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대다수 시청자는 아파트라는 일상적인 공간이 거대한 수족관처럼 변해가는 과정이 주는 압도적인 몰입감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특히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수중 촬영의 퀄리티와 물의 질감이 이질감 없이 구현된 점에 대해 "한국의 기술력이 이 정도까지 올라왔느냐"는 감탄 섞인 의견이 줄을 이었다.
한 시청자는 "단순한 재난 영화인 줄 알았는데 뒤로 갈수록 장르가 확장되는 전개가 흥미롭다"며 김병우 감독 특유의 밀폐 공간 연출력을 치켜세웠다. 반면, 일부에서는 독특한 서사 구조와 결말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으며 온라인 커뮤니티 내에서 열띤 토론을 벌이는 등 작품을 향한 다각도의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