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미소천사' 김아랑, 23년 선수 생활 은퇴

2025-12-20 18:02

"혼자만의 힘으로 이곳까지 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쇼트트랙 여자 국가대표로 활약해 온 김아랑(30)이 현역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2022년 2월 9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예선 경기에서 김아랑이 3위로 결승선을 밟은 후 숨을 고르고 있는 모습. / 뉴스1
2022년 2월 9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예선 경기에서 김아랑이 3위로 결승선을 밟은 후 숨을 고르고 있는 모습. / 뉴스1

20일 김아랑은 경기도 고양시 고양어울림누리 얼음마루에서 열린 '제41회 회장배 전국남녀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대회'에서 은퇴식을 진행했다.

이날 그는 여자 3000m 경기에 출전해 '고별전'을 치뤘다. 김아랑은 경기 진행 전 진행된 자신의 은퇴식에서 팬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김아랑은 은퇴 소감을 통해 "혼자만의 힘으로 이곳까지 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많은 분이 힘들 때마다 제 손을 잡아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쇼트트랙은 제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선물했다. 저도 여러분의 삶에서 작은 희망과 위로를 줬던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의 소속사인 브리온컴퍼니 관계자는 "김아랑은 전 소속 팀 고양시청 선수들과 많은 팬의 박수를 받으며 은퇴했다"며 "당분간 휴식을 취하면서 인생 2막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했다.

20일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은퇴식 후 팬들과 기념 사진을 찍는 김아랑. / 뉴스1
20일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은퇴식 후 팬들과 기념 사진을 찍는 김아랑. / 뉴스1

■ 미소로 빙판을 밝히다... 김아랑의 품격있던 질주

‘쇼트트랙 미소천사’로 불려온 김아랑은 실력과 태도를 함께 인정받아온 대한민국 여자 쇼트트랙의 상징적인 선수다. 1995년생인 그는 어린 시절부터 빼어난 균형감각과 스케이팅 감각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대표팀에 자리 잡았다. 경기 전후로 보여주는 환한 미소와 차분한 태도는 치열한 쇼트트랙 무대에서 보기 드문 장면으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아랑은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에서 오랜 기간 꾸준히 국제무대에 나섰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같은 종목에서 은메달을 추가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계주 종목에서 총 4차례 금메달을 따냈다.

개인 종목에서는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계주에서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팀의 중심 역할을 맡아왔다. 경기 내내 밝은 표정으로 임하는 모습으로 팬들 사이에서는 ‘미소 천사’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큰 사랑을 받았다.

김아랑은 화려함보다는 성실함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온 선수다. 넘어짐과 판정 논란이 잦은 쇼트트랙에서 그는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으로 스포츠 정신을 보여줬다. 메달의 색을 넘어, 김아랑이 ‘미소천사’로 기억되는 이유는 승패와 관계없이 빙판 위에서 보여준 태도와 책임감에 있다. 그의 레이스는 지금도 많은 후배 선수들에게 조용하지만 분명한 기준이 되고 있다.

유튜브, 고양특례시
home 김현정 기자 hzun9@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