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맞은 가리비, 절대 그냥 굽지 마요... 이 과정 안 거치면 난장판 돼요

2025-12-20 09:45

'홍가리비'로 고급 레스토랑급 요리 만들기... 핵심은 한 번 찌고 굽는 것

홍가리비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채널
홍가리비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채널

"이거 한 잔 해야 되는데." 직접 만든 가리비 요리를 맛보며 감탄하는 유튜버.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저렴한 홍가리비가 고급 레스토랑 못지않은 요리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평생 써먹는 초간단 가리비 구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19일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채널에 올라왔다. 명 수산물 전문가인 김지민은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구입한 1.8kg짜리 홍가리비로 손쉽게 고급스러운 요리를 만드는 법을 소개했다.

김지민은 "1kg당 가장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수산물 중 하나가 홍가리비"라며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보통 4000원 정도 하는데, 대형마트에서 1.8kg에 1만3800원, 특정 카드를 쓰면 1만2000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쇼핑몰보다 다소 비싸지만 대형마트 제품이 알맹이가 더 실하다는 것이 김지민의 판단이었다.

홍가리비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채널
홍가리비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채널

영상에서 김지민은 두 가지 체크포인트를 제시했다. 대형마트 홍가리비가 온라인 쇼핑몰 제품보다 가치가 있는지, 그리고 저렴한 홍가리비를 어떻게 맛있게 조리할 수 있는지였다.

그는 "레스토랑을 평소에 자주 다니는데 진짜 맛있게 먹었던 가리비 요리가 있다"며 "도대체 어떤 소스를 섞어서 이렇게 맛이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았다"고 말했다.

조리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김지민은 "느껴지는 맛에 비해서 얼마나 간단하냐면 가리비를 한번 살짝 찌고, 거기다가 바질 페스토 한 스푼, 버터 반 큰술 올려서 5분 구우면 끝"이라며 "요리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인데 맛은 폭발적"이라고 강조했다.

김지민이 홍가리비로 만든 요리.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채널
김지민이 홍가리비로 만든 요리.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채널

바질 페스토는 시판 제품을 사용해도 되지만 김지민은 직접 만드는 방법을 선택했다. 생바질 80g에 마늘 두세 개, 파르메산 치즈, 잣, 레몬즙 한두 스푼, 올리브유 반 컵, 소금 한 꼬집, 후추를 믹서기에 갈아 크림 같은 질감으로 만들었다.

허브 갈릭 빵가루도 준비했다. 마늘 세 알을 올리브유에 넣어 천천히 마늘향을 뽑아낸 뒤, 타임을 추가하고 빵가루를 넣어 향을 입혔다.

가리비 찜은 물이 끓으면 볼록한 면을 바닥에 놓고 3~5분 정도 찌는 것이 핵심이다. 김지민은 "오늘처럼 추가로 5분 구이를 더 해야겠다면 3분만 쪄도 된다"고 설명했다. 찐 가리비는 야들야들하고 폭신폭신한 질감이었다. 씹으니 국물이 주르륵 나왔다.

본격적인 조리 단계에 들어갔다. 김지민은 가리비에 바질 페스토를 알맹이랑 똑같은 크기로 발라주고 그 위에 버터를 올렸다. 김지민은 넉넉하게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허브 갈릭 빵가루를 뿌린 뒤 에어프라이어 180도에서 5분간 구우면 완성한다.

완성된 요리를 맛본 김지민은 "홍가리비 속살이 말랑말랑하면서 단맛과 조갯살의 촉촉한 맛, 바질 페스토의 향긋함, 치즈의 고소함, 올리브유의 신선함, 빵가루의 바삭함 등 다양한 식감과 향들이 입안에서 어우러지는 굉장히 복합적인 맛"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가리비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 페어링도 제안했다. "소비뇽 블랑도 좋은데, 개인적으로 샴페인 아니면 오크가 들어간 샤르도네나 부르고뉴 스타일의 샤르도네, 샤블리 같은 것과 매칭하면 훨씬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느끼한 것을 잘 못 먹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스위트칠리 소스에 모차렐라 치즈를 살짝 올려서 구워 먹는 것도 맛있다"며 대중적인 레시피도 소개했다.

'평생 써먹는 초간단 가리비 구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19일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채널에 올라왔다.

김지민은 한국의 가리비 요리 문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리는 가리비를 주로 어디서 먹나. 서해에 가면 조개찜, 대천해수욕장에 가면 조개찜이나 조개구이, 횟집에서는 회로 먹는다"며 "소스는 초장이 전부"라고 지적했다. 김지민은 "이런 천편일률적인 가리비 요리에 늘 불만을 갖고 있었다"며 "프랑스는 어떤 식으로 먹고 이탈리아는 어떤 식으로 먹는지 다양하게 보면서 많이 해봤는데, 가장 간단하면서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는 게 바질 페스토와 버터를 살짝 올려서 구워내는 가리비 구이"라고 말했다.

김지민은 찌지 않은 상태로 조리하는 방법에 대해선 "가리비 식감은 되게 좋은데 국물이 엄청 나와서 소스가 희석되고 여기에 국물이 넘쳐 흘러서 난장판이 된다"며 한 번 찌고 다시 굽는 방법을 추천했다. 레스토랑에서도 한 번 찌되 시간을 3분 정도로 짧게 해서 조개 입이 탁 열리면 바로 빼는 방식을 쓴다고 설명했다.

홍가리비는 표준명으로 '해만가리비'로 불린다. 1990년대 이전에는 국내에 없던 외래종이다. 대서양에서 서식하던 종자를 가져와 양식했다. 4, 5개월 정도만 키우면 상품으로 출하할 수 있어 양식업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2023년 늦봄에는 1kg당 19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유통되기도 했다.

참가리비(큰가리비)는 동해와 일본, 러시아 북부에 걸쳐 서식하는 한해성 조개류로 각장이 20cm를 넘는 대형종이다. 다 크는 데 2년이 걸린다. 가격은 1kg당 1만5000원에서 2만5000원대로 홍가리비보다 훨씬 비싸다. 김지민은 "제대로 하려면 홍가리비 말고 참가리비로 하라. 그리고 크면 클수록 훨씬 맛있다. 하지만 가성비를 따진다면 홍가리비"라고 조언했다.

가리비는 익각목 가리비과에 속하는 조개다. 전 세계 바다에 약 400여 종이 분포한다. 다른 조개들과 달리 발로 땅을 파고 들어가지 않고 바닥에 납작 엎드려 생활한다. 껍데기를 벌려 바닷물을 모은 뒤 강하게 닫아 물을 분사하며 이동한다. 외투막 가장자리에 여러 개의 눈이 달려 있어 명암을 분간할 수 있으며, 천적인 불가사리나 문어를 감지하면 재빠르게 도망친다.

국내에서는 참가리비, 비단가리비, 해만가리비, 고랑가리비, 흔한가리비 등이 양식되고 있다. 2020년 기준 한국의 양식 가리비 생산량은 5591톤으로 세계 5위를 기록했다. 특히 경남 고성은 2013년 194톤에서 2023년 1만1521톤으로 10년 새 60배 증가하며 전국 생산량의 65%를 차지하는 '가리비왕국'으로 떠올랐다.

가리비가 가장 맛있는 시기는 수온이 차가워지는 가을부터 겨울까지다.

김지민은 "재료 값은 되게 저렴한데 엄청나게 고급스러운 요리로 탈바꿈할 수 있다"며 "가족들에게 칭찬받으려면 이 레시피를 믿어 의심치 말라"고 말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