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테슬라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게 지급하기로 한 대규모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보상안이 소액주주의 소송으로 폐기될 뻔했다가 법원 판결로 부활했다.
19일(현지시각) CNBC와 블룸버그, CNN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델라웨어주 대법원은 테슬라의 2018년 CEO 보상안 관련 상고심을 심리한 끝에 이날 테슬라 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머스크가 주식 기반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판사 5명으로 구성된 재판부는 하급심 판결이 지나치게 극단적인 해결책이었다면서 보상안을 전면 취소하는 것은 머스크가 6년간의 시간과 노력에 대해 보상받지 못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우리는 챈서리 법원의 보상안 취소 판결을 뒤집고 명목상 1달러의 손해배상을 판결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하급심이 테슬라에 적정한 보상 수준이 무엇인지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머스크는 판결 직후 X에서 "정당함이 입증됐다"란 글을 올린 뒤 관련 게시물에 답글로 "나는 싸움을 시작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그것을 끝낸다. 변함없는 지지에 감사하다"고 했다.
2018년 계약된 CEO 보상 패키지는 머스크의 경영 성과에 따른 단계별 보상안을 담고 있었으나, 테슬라 주식 9주를 보유한 소액주주 리처드 토네타가 이에 반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토네타는 머스크와 테슬라 이사회가 수탁자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델라웨어주 챌서리 법원의 캐서린 맥코믹 판사는 지난해 1월 테슬라 이사회가 사실상 머스크의 통제하에 있었으므로 보상안 승인 역시 머스크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고 판단하며 보상안을 무효로 판결했다. 맥코믹 판사는 보상안을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이라고 표현하며 주주들에게 불공정하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이 보상안에 대한 재승인 투표를 실시했으나, 맥코믹 판사는 지난달 다시 한 번 보상안을 거부했다. 이에 머스크와 테슬라 이사회는 델라웨어주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번 보상안에는 3억400만주(주식분할 조정 후 기준 3억300만주)의 스톡옵션이 포함돼 있다. 이 주식 규모는 테슬라 발행주식의 약 9%에 해당한다.
테슬라 주가가 7년 전 주당 약 20달러에서 현재 460~500달러 가까이로 치솟으면서 보상 가치도 급증했다. CNN은 금요일 종가 기준으로 이 보상안의 가치가 약 1390억달러(약 207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도 비슷하게 약 1400억달러로 추산했다.
머스크가 받는 보상금 규모는 실로 천문학적이다. 한국 정부의 올해 예산 총액은 651조6000억원. 이번에 복원된 207조원 규모의 보상안은 한국 정부 연간 예산의 약 3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델라웨어주 대법원 판결에 따라 복원된 스톡옵션을 행사하게 되면 머스크의 테슬라 지분율은 현재의 약 13%에서 20%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뛰어오르게 된다.
테슬라는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머스크에게 향후 10년간 최대 1조달러(약 1481조원) 상당의 주식을 보상으로 지급하는 새로운 보상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주주들은 75%의 찬성률로 이 안건을 승인했다.
이 보상안은 테슬라가 시가총액 8조5000억달러 등 여러 경영 목표를 달성할 경우 머스크에게 12차례에 걸쳐 주식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세계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다. 첫 번째 보상은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2조달러에 도달하면 지급되며, 이후 5000억달러씩 증가할 때마다 추가 보상이 이뤄진다. 테슬라의 현재 시가총액은 약 1조5000억달러다.
이 새로운 보상이 실제로 이뤄지면 머스크의 자산은 천문학적인 규모로 불어나게 된다. 보상안이 완전히 실현될 경우 머스크는 역사상 전무후무한 자산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브스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머스크의 현재 순자산은 약 6800억달러(약 1009조원)로 추산된다. 이는 이미 한국 정부 연간 예산의 1.5배를 넘어서는 규모다.
머스크는 테슬라 외에도 비상장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주요 주주다. 스페이스X는 최근 내부 주식 매각에서 기업가치를 약 3500억달러로 평가받았으며, 머스크는 이 회사의 약 42%를 보유하고 있다. 스페이스X가 계획대로 내년에 상장하면 머스크가 보유한 자산 가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머스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 외에도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 소셜미디어 플랫폼 X,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회사 뉴럴링크, 터널 건설 벤처 보링컴퍼니 등을 이끌고 있다.
이번 델라웨어주 대법원의 판결은 만장일치로 이뤄졌으며, 특정 판사가 집필한 것이 아닌 재판부 전체의 의견(per curiam)으로 발표됐다. 이 판결로 수년간 이어진 머스크의 보상안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사실상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하급심 판결에 불만을 품었던 머스크는 테슬라의 법인 등록지를 델라웨어에서 텍사스로 옮겼으며, 다른 기업들도 델라웨어를 떠나도록 독려했다. 드롭박스, 로블록스, 코인베이스 등 일부 대기업들이 델라웨어를 떠나 네바다나 텍사스로 법인 등록지를 변경했지만, 델라웨어는 여전히 미국 상장기업들의 가장 인기 있는 법인 등록지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