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A씨 “저속노화 의사 정희원, 성적 취향에 맞는 역할 요구”

2025-12-18 16:08

권력 관계 속 성적 폭력, 스토킹이 아니라고 주장
저속노화 연구소 대표와 여성 연구원의 갈등, 법정 분쟁으로 확대

정희원 저속노화연구소 대표와 함께 일했던 여성 연구원 A씨를 둘러싼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번지고 있다.

정 대표가 A씨를 스토킹 혐의로 고소한 가운데, A씨 측이 해당 사건의 본질은 ‘스토킹’이 아닌 고용 관계에서 발생한 위력에 의한 성적 피해라고 주장하며 18일 공식 입장을 밝혔다.

A씨의 법률대리인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안은 사용인과 피고용인이라는 명확한 권력 관계 속에서 발생한 성적 폭력 문제”라며 “정 대표가 자신의 지위와 영향력을 이용해 반복적으로 성적인 요구를 했고, 피해자는 해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이를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단순한 개인 간 갈등이나 사적 분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입장문에 따르면 A씨는 정 대표의 추천과 영향력 아래 위촉연구원으로 계약을 맺고 근무했으나, 실제 업무는 연구 지원을 넘어 정 대표 개인의 SNS 계정 기획과 운영, 저속노화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개설 및 관리까지 포함돼 있었다. 현재 해당 커뮤니티에는 약 7만 명의 이용자가 가입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측은 이러한 업무 관계가 명백한 종속적 구조였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 대표가 근무 기간 전반에 걸쳐 피해자에게 자신의 성적 욕구와 취향에 부합하는 특정 역할 수행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요구는 특정 시점에 국한되지 않고 반복적으로 이뤄졌으며, 장소 역시 병원 연구실, 숙박업소, 피해자의 주거지 등 여러 공간에 걸쳐 있었다는 설명이다. A씨 측은 이러한 행위가 명백한 위력에 의한 성적 요구라고 보고 있다.

정 대표가 주장한 ‘이혼 종용’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A씨 측은 “피해자가 정 대표에게 이혼을 요구한 사실은 없으며, 오히려 정 대표가 배우자와 처가에 대한 불만과 비난을 지속적으로 토로해 A씨가 이를 멈춰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혼 요구를 주장하는 정 대표의 발언은 사실을 왜곡한 것으로, 전형적인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정희원 대표 / 유튜브 '세바시 인생질문'
정희원 대표 / 유튜브 '세바시 인생질문'

저작권 침해 주장도 제기됐다. A씨 측은 “피해자가 작성한 원고가 사전 동의 없이 정 대표의 단독 저서에 그대로 사용됐다”며 “이는 단순한 참고나 편집상의 유사성 문제가 아니라, 저작물이 무단으로 이용된 사안임을 객관적 자료로 입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 문제에 대한 논의를 정 대표가 거부했고, 이에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찾아가자 이를 스토킹으로 신고했다는 것이 A씨 측 주장이다.

A씨 측은 경찰 신고 이후 내려진 잠정조치에 대해서도 “법원이 스토킹 사실을 인정했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신고가 접수되면 절차상 이뤄지는 임시적 조치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스토킹 혐의가 확정된 것처럼 해석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A씨 측은 “자극적인 공방이나 사생활 폭로를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사건의 본질을 개인적 갈등이나 스토킹 프레임으로 축소하는 것은 심각한 왜곡”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대표가 공적 인물로서 사회적 활동을 계속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정희원 대표 / 유튜브 '세바시 인생질문'
정희원 대표 / 유튜브 '세바시 인생질문'

앞서 정 대표는 지난 17일 입장문을 통해 A씨가 지난해 9월부터 자택을 찾아오거나 협박성 편지를 보내는 등 지속적으로 괴롭혔다며 스토킹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난해 3월부터 올해 6월 사이 A씨와 일시적인 친밀한 교류가 있었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저속노화’라는 개념은 자신이 만든 것이며 저서 집필에 A씨가 상당 부분 참여했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정 대표는 A씨가 수차례 애정을 표현했으며, 차량 동승 중 운전 중인 상황에서 일방적인 신체 접촉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A씨가 마사지를 해주겠다며 본인이 예약한 숙박업소로 데려가 신체 접촉을 시도한 사실은 있으나, 성관계 등 육체적 관계는 없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에서 근무했던 의사로, 방송과 강연을 통해 ‘저속노화 식단’을 알리며 대중적 인지도를 얻었다. 현재는 저속노화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다. 서울시 건강총괄관도 역임하고 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