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2’가 2025년 국내 박스오피스 전체 흥행 1위에 오르며 한국 영화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남기고 있다. 기록 자체만 놓고 보면 축하할 성과지만, 산업 전반의 시선에서는 마냥 반갑다고만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주토피아 2’는 18일 오후 누적 관객 수 569만169명을 기록했다. 앞서 연간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의 568만1184명을 넘어선 수치다. 개봉 23일 만에 연간 1위에 올랐다.
흥행 속도는 압도적이었다. ‘주토피아 2’는 21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고, 올해 개봉작 가운데 최단기간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3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며 흥행 신드롬을 형성했고, 결국 2025년 전체 흥행 1위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국내 연간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성적도 강력하다. ‘주토피아 2’는 지난 15일 기준 전 세계 누적 흥행 수익 11억3667만 달러를 돌파했다. 한화 약 1조6787억 원 규모로, 2025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가운데 글로벌 흥행 수익 1위에 해당한다. 개봉 4주 차에 접어든 현재도 실시간 예매율 상위권을 유지하며 장기 흥행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작품 자체 완성도와 대중성은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주토피아 2’는 전편 주인공 주디와 닉이 다시 호흡을 맞춰, 도시를 뒤흔든 정체불명의 뱀 ‘게리’를 쫓으며 새로운 세계로 뛰어드는 추적 어드벤처를 그린다. 기존 세계관을 확장하면서도 가족 관객과 성인 관객을 동시에 끌어들이는 구조를 유지했다.


다만 한국 영화계 내부에서는 이 기록을 두고 복합적인 평가가 나온다. 연간 박스오피스 1위를 글로벌 애니메이션이 차지했다는 사실은, 같은 해 한국 실사 영화 가운데 관객을 압도적으로 모은 작품이 없었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제작비 축소, 투자 위축, 흥행 실패에 대한 부담으로 보수화된 기획이 누적된 결과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극장가 구조 변화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주토피아 2’처럼 가족 단위 관람과 반복 관람이 가능한 글로벌 프랜차이즈에 관객이 몰릴수록, 중·중대 규모 한국 영화나 실험적인 작품은 상영 기회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회전율과 좌석 점유율 중심의 편성이 강화되면, 흥행 상위작과 나머지 작품 간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완전히 부정적인 신호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5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여전히 극장을 찾았다는 사실은, 콘텐츠 경쟁력이 확보되면 극장 관람 수요는 살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극장 산업의 붕괴라기보다, 관객이 선택할 만한 작품이 무엇이었는지를 보여준 사례라는 해석이다.

업계가 가장 불편해하는 지점은 ‘1위의 성격’이다. 한국 영화가 2위나 3위에 다수 포진한 상태에서 1위만 애니메이션이었다면 체감은 달랐을 수 있다. 그러나 연간 흥행 구도 자체가 글로벌 IP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은 제작사와 투자 시장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국 영화로는 연간 1위를 노리기 어렵다는 인식이 굳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2025년 국내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보면 흐름은 더욱 분명해진다. 2위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으로 568만 관객을 기록했고, 3위는 ‘좀비딸’ 563만, 4위는 ‘F1 더 무비’ 521만 순이다. 이후에도 애니메이션과 글로벌 대작들이 상위권을 채웠다.
결국 ‘주토피아 2’의 연간 1위 등극은 단순한 흥행 성공을 넘어, 한국 극장가 현재 위치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남게 됐다. 애니메이션이 1위를 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자리에 한국 영화가 없었다는 점이 업계에는 더 뼈아프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음은 2025년 한국 박스오피스 전체 흥행 톱10 순위다. (12월 18일 오후 기준)
1위 주토피아2 (569만)
2위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568만)
3위 좀비딸 (563만)
4위 F1 더 무비 (521만)
5위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341만)
6위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339만)
7위 야당 (337만)
8위 미키 17 (301만)
9위 어쩔수가없다 (294만)
10위 히트맨2 (254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