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대 상판에 스며든 김치국물 얼룩도 집에 있는 재료만으로 비교적 간단히 지우는 방법이 있다.

김치를 썰거나 김치찌개를 끓이다 보면 주방 상판에 국물이 튀는 일이 흔하다. 바로 닦아내면 괜찮을 것 같지만 잠깐만 지나도 붉은 기가 남아 얼룩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물로 여러 번 닦고 주방세제를 써도 얼룩이 옅어질 뿐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 결국 눈에 거슬리는 자국이 남는다.
◈ 강한 세정제에 손이 가지만 오히려 더 조심해야
이럴 때 락스나 구연산 같은 강한 세정제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얼룩이 잘 안 지워진다고 무턱대고 쓰면 표면이 변색되거나 코팅이 상할 수 있고 재질에 따라선 광택이 죽거나 반점이 남는 사례도 있다.
특히 천연대리석처럼 예민한 상판은 산성이나 염소 성분에 취약해 얼룩 제거보다 표면 손상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김치국물 얼룩은 ‘더 센 세제’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색이 남는 이유부터 짚어보는 편이 안전하다.
김치국물의 붉은 색은 고춧가루에 들어 있는 색소 성분 때문이다. 이 색소는 물에는 잘 녹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물이나 세제로 닦으면 표면에서 번지거나 희미해질 뿐 이미 스며든 자국은 그대로 남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같은 자리를 계속 문질러도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고 얼룩덜룩한 흔적이 남는다.

◈ 식용유로 지우는 법, 마무리 세척까지
이때 의외로 도움이 되는 재료가 식용유다. 얼룩진 부위에 식용유를 한두 방울 떨어뜨린 뒤 키친타월로 가볍게 닦아내면 물로는 꿈쩍 않던 붉은 자국이 비교적 쉽게 지워진다. 세제로 박박 문지르는 방식이 아니라 색소가 빠져나오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 닦아내는 방식이라 결과가 더 빠르게 나타나는 편이다.
원리는 단순하다. 고춧가루 색소는 물보다 기름에 잘 녹는 지용성 성분이다. 그래서 식용유를 떨어뜨리면 표면에 붙어 있던 색소가 기름 쪽으로 이동하면서 풀리듯 녹아 나오고 키친타월이 그 기름과 함께 색소를 흡수해 제거하는 구조다. 물로만 닦을 때 얼룩이 번지기 쉬웠던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김치국물 얼룩은 상태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진다. 막 생긴 얼룩은 비교적 수월하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 이미 깊게 스며든 경우에는 식용유를 써도 한 번에 말끔히 지워지지 않을 수 있다. 이럴 땐 같은 과정을 1~2번 반복하거나 식용유를 묻힌 키친타월을 잠깐 덮어 색소가 풀리도록 시간을 준 뒤 닦아내는 방식이 더 낫다. 힘을 줘 세게 문지르는 것은 표면에 잔기스를 남길 수 있어 피하는 편이 좋다.

또 한 가지는 소재별 주의다. 상판이 흡수성인 재질이거나 무광 인조대리석, 천연대리석, 줄눈처럼 틈이 있는 부분은 기름이 스며들 수 있어 얼룩이 ‘색소’에서 ‘기름 자국’으로 바뀌는 식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소량으로 먼저 테스트하고 식용유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게 안전하다.
마무리 과정도 꼭 필요하다. 식용유로 얼룩을 제거한 뒤 그대로 두면 상판에 기름막이 남아 먼지나 때가 더 쉽게 달라붙을 수 있다. 중성세제와 미지근한 물로 한 번 더 닦아내며 기름기를 충분히 제거하고 부드러운 마른 수건으로 완전히 건조해야 깔끔하게 끝난다.
정리하면 김치국물 얼룩은 더 강한 세제로 ‘지워내는’ 문제가 아니라 색소의 성질을 이용해 ‘풀어내는’ 방식이 더 잘 맞는다. 물에 잘 녹지 않는 붉은 색은 기름으로 먼저 풀어 빼내고 마지막에 세제로 탈지해 마무리하면 된다. 재질과 얼룩의 경과 시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만 유의하면 집에 있는 식용유로도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생활 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