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8일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탄핵심판을 인용했다.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조 청장은 즉시 파면됐다.

조 청장은 지난해 12월 12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후 직무가 정지됐고, 371일이 지난 오늘 헌재 선고와 함께 공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현직 경찰청장이 탄핵으로 직무정지된 것은 헌정사상 조 청장이 최초다. 또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이어 비상계엄 사태로 파면된 첫 고위공직자이자, 헌재 탄핵심판으로 파면된 첫 경찰청장으로 기록됐다.
김상환 헌재소장은 "(조 청장은) 위헌 위법한 지시에 따라 자유민주주의 근간을 해치는 방법으로 계엄 실행 행위에 가담했다"고 파면 사유를 설명했다.
국회는 조 청장이 12·3 불법 계엄 당시 경찰력을 투입해 국회의원들의 국회 진입을 막았다며 지난해 12월 탄핵 소추안을 의결했다. 헌법 77조가 규정한 계엄 해제 요구권과 대의민주주의 원칙,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는 것이 소추 이유다.
헌재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조 청장이 경찰 병력 300명을 국회 출입문에 배치해 출입을 차단하고 국회의 권한행사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통제한 피청구인의 행위는 대통령의 위헌·위법적 지시를 실행하기 위한 것으로 대의민주주의와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되고,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등 헌법상 권한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청구인은 책무를 외면한 채 이 사건 계엄 포고령에 따른 대통령의 위헌·위법적 지시에 따라 국회를 통제하고 권한행사 방해해 해제요구안의 의결이 지연됐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조 청장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와 경기 수원시 선거연수원에 경찰 병력을 배치한 점도 문제로 삼았다. 선관위의 직무 수행과 권한행사를 방해해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판단이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경찰을 선관위 청사에 배치하고 출입을 통제하고 계엄군 임무실행을 용이하게 했다"며 "위헌·위법한 계엄에 따라 선관위에 진입한 군을 지원해 선관위의 직무 수행과 권한 행사를 방해해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의 이런 행위는 그 자체로 대의민주주의와 권력분립 원칙을 중대하게 위반했다"며 "헌법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도 엄중하다"고 했다. 이어 "피청구인의 법 위반은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회가 조 청장이 지난해 11월 9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경찰로 하여금 위법한 통제선을 설치해 합류를 막고 참가자와 경찰 간 충돌을 유도해 계엄 선포의 조건을 만들고자 했다는 의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비상계엄 조건을 만들기 위해 위법적인 해산명령 내지는 체포 명령에 관여했다는 지적에 대해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올해 1월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혈액암을 앓고 있는 그는 같은 달 법원의 보석 허가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이번 선고로 비상계엄과 연관된 탄핵심판 사건이 1년 만에 전부 종결됐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올해 4월 재판관 전원일치로 파면 결정을 받았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지난 3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은 4월에 각각 탄핵 소추가 기각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