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장이 이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페이스북에 올린 글

2025-12-18 13:35

유정복 인천시장 “상대방 모욕 갑질... 대통령 품격과 거리 멀어”

유정복 인천시장이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고압적인 회의 운영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통령이 최근 정부 부처 업무보고에서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며칠에 걸쳐 공개 질책한 것을 두고 나온 공개 비판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방선거 D-6개월: 어떻게 해야 승리할 수 있나?' 토론회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 뉴스1
유정복 인천시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방선거 D-6개월: 어떻게 해야 승리할 수 있나?' 토론회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 뉴스1

국민의힘 소속인 유 시장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 업무보고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자랑 자리가 아닙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려 "그동안 군수·시장·장관 등을 지내면서 수없이 회의를 주재하기도,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와 업무보고에 참석하기도 한 사람으로서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부처 업무보고를 지켜보며 국정운영의 불안한 미래를 예감하면서 답답함을 금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 대통령은 지난 국토부 업무보고 때의 질책으로도 모자라 어제는 타 부처 업무보고 자리에서까지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다시 소환해 공개적인 면박을 줬다"며 "국정 최고 책임자가 특정 기관장을 상대로 며칠에 걸쳐 감정싸움을 하는 듯한 모습은 대통령의 품격과 거리가 먼 것 같다"고 비판했다.

유 시장은 이 같은 국정 운영 방식이 공직사회의 보신주의를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도 이런 식의 고압적인 회의 운영이 된다면 공직사회는 그 어느 누구도 대통령 앞에서 바른 소리는커녕 질책받지 않기 위해 아부와 보신주의에 젖어들게 될 것"이라며 "국정은 그저 대통령의 일방통행 운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이어 "나보다도 모른다거나 심지어 '도둑놈'이란 거친 말까지 써가며 질책하는 고압적 회의 주재는 권위 있는 민주적 리더십이 아니라 지위를 이용해 상대를 모욕하는 갑질에 불과하다"며 "일반 조직에서도 상급자가 공개된 자리에서 모욕하는 언사로 하급자를 문책하면 갑질로 문제가 되는 것을 모르느냐"고 반문했다.

또 "내가 경험했던 정부 부처 업무보고는 각 부처와 기관의 전문성을 존중하면서 국가 발전을 위한 건설적 회의를 해왔지, 대통령의 일방적인 지시나 호통의 자리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재명 대통령은 국정 생중계 방송을 통해 전임 정부 인사에게 고압적으로 면박을 주는 모습으로 또다시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자랑이라는 국민적 오해를 받지 않도록 부디 진정한 소통의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토교통부 등의 업무보고에서 이 사장에게 책갈피에 달러를 끼워 반출하는 행위에 대한 단속 대책을 물었으나 명확한 답변이 나오지 않자 공개 질타했다. 그러자 이 사장은 페이스북에 "이 일로 온 세상에 책갈피에 달러를 숨기면 검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라고 이 대통령을 겨냥한 글을 올렸다.

전날 산업통상부 등을 대상으로 한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은 "(달러반출 검색은) 관세청과 공항공사가 업무협약(MOU)을 맺었기 때문에 공항공사가 담당하는 게 맞다고 (관련 기사 댓글에) 나와 있더라"며 공사 측 책임을 다시 거론했다.

이에 이 사장은 또 페이스북에서 "외화 불법반출 단속의 법적 책임은 관세청에 있고, 인천공항은 MOU로 협조하는 것이다. MOU는 협력의사를 나타내는 것이고 법적 책임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를 두고 여야는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사장의 페이스북 글이 사실관계를 호도한 것이라고 비판했고,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공개 질타를 문제 삼으며 이 사장을 감쌌다.

윤종군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이 마치 범죄자들이 아는 비밀 수법을 공개한 것처럼 말했지만 책 속에 끼워서 현금 밀반입이 급증이라는 2011년 기사가 많이 나온다"며 "당장 페이스북 글을 내리고 잘못된 사실을 호도한 것에 대해 국민과 대통령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여당 간사인 복기왕 의원도 "질책해서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반발하는 자세가 옳은 것이냐"고 따졌다.

반면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이 전 국민, 전 직원이 보는 앞에서 기관장에게 모욕을 주는 듯한 모습은 이례적"이라며 "대통령 품격에 맞지 않고 보면서 불편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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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