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묵 아니다... 몸의 절반이 '알'인 한국 생선, 알이 와르르 쏟아진다

2025-12-18 12:14

겨울 동해안 별미 '뚝지'를 아시나요

"배를 갈랐더니 알이 와르르 쏟아집니다. 자기 몸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유명 수산물 전문가인 유튜버 김지민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 '입질의 추억'에서 겨울철 별미 뚝지를 소개하며 한 말이다. 실제로 뚝지 암컷은 몸 대부분이 알로 채워져 있어 한 마리만 잡아도 어마어마한 양의 알을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알을 밴 암컷은 수컷의 2, 3배 가격에 거래된다.

강원도에서 도치로 불리는 뚝지.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강원도에서 도치로 불리는 뚝지.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한류성인 뚝지는 페르카목 도치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다. 표준명은 뚝지지만 강원도에서는 도치, 심퉁이, 멍텅구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평소에는 수심 100~200m 깊은 바다에 살다가 겨울철 산란을 위해 동해 연안으로 올라온다. 크기는 보통 20~30cm 정도다. 겨울에만 연안으로 올라왔다가 3월쯤 되면 다시 깊은 바다로 들어간다.

뚝지의 가장 큰 특징은 배에 발달한 큰 흡반이다. 이 흡반으로 바위나 해조류에 단단히 달라붙어 생활하며, 웬만한 물살에도 끄떡없다. 바위에 붙어 있을 때는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치지 않고 가만히 있어 '멍텅구리'라는 별명이 붙었다.

뚝지의 암수 구별은 비교적 쉽다. 크기에 비해 흡반이 작으면 암컷이고, 흡반이 크면 수컷이다. 또한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있으면 알이 가득 찬 암컷으로 추정할 수 있다. 입 모양도 다르다. 암컷은 입을 오므리고 있는 반면 수컷은 입이 벌어져 있다.

뚝지는 동해안, 특히 강원 고성군, 양양군, 강릉시의 겨울철 별미로 꼽힌다. 서해에는 서식하지 않고 동해 북부에만 분포한다. 수도권에서는 구경하기 어려운 편이다. 어획량 감소로 가격이 크게 올라 인터넷에서 암컷은 한 마리에 3만원, 수컷은 9500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강원도에서 도치로 불리는 뚝지.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강원도에서 도치로 불리는 뚝지.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김지민은 "도치 값이 원래 이렇게 비싸지 않았는데 최근 어획량이 많이 줄었다"며 "무분별한 조업 탓도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지구 온난화"라고 지적했다. 그는 "겨울에도 바닷물이 미지근할 정도로 따뜻해졌다"며 "뚝지 같은 한류성 냉수성 어종들은 난류가 계속 치고 올라오니 서식 영역이 점점 북쪽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뚝지는 경골어류임에도 제철인 산란기에는 생식소로 모든 영양분이 집중돼 뼈가 굉장히 무르고 연해진다. 껍질도 두툼한 젤라틴질이라 구이보다는 찜이나 탕에 적합하다. 겉보기엔 먹을 수 있을까 싶지만 살이 두툼하고 담백해 상당한 별미로 꼽힌다.

요리할 때는 반드시 끓는 물에 데쳐야 한다. 김지민은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굉장히 미끈하고 비린내가 나서 큰일난다"며 "끓는 물에 30초 정도 데친 후 겉에 있는 미끈미끈한 막을 벗겨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원도에서 도치로 불리는 뚝지.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강원도에서 도치로 불리는 뚝지.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대표적인 요리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뚝지 숙회다. 몸통을 데쳐서 뼈째로 썰어 미나리와 함께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입질의 추억'은 "눈 감고 먹으면 문어 같다. 콜라겐이 풍부해 질감이 비슷하다"며 "뼈가 파삭파삭해서 하나도 안 걸리고 오히려 식감의 생동감을 더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맛 자체는 거의 무미에 가까운 까닭에 미나리 등과 함께 먹어야 맛이 살아난다.

둘째는 뚝지 알탕이다. 신김치나 묵은지를 깔고 알과 함께 끓이는데, 국물이 시원하고 개운한 것이 특징이다. 김지민은 "신김치 맛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미리 내서 끓이면 훨씬 맛있다"고 설명했다. 알이 씹힌다기보다 후르륵 입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톡톡 터지는 식감이 매력적이다.

셋째는 알찜이다. 강원도 토속 음식으로, 알을 소금물에 담가 하루 정도 지나면 틀에 넣어 굳힌 후 찐다. 두부처럼 모양이 잡혀 독특한 별미가 된다.

뚝지알탕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뚝지알탕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유튜버 헌터퐝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헌터퐝'에서 뚝지 두루치기를 시도한 바 있다. 데친 뚝지에 소스를 넣어 재운 뒤 파, 양파와 함께 볶고 알을 가득 넣어 끓였다. 헌터퐝은 "너무 맛있다. 콜라겐이 으스러지는 식감에 두루치기 양념이 딱 들어가 있고, 알이 톡톡 터지면서 환상적이다"며 극찬했다.

일본에선 뚝지를 호테이우오라고 부르며 한국과 비슷하게 찜이나 탕을 해 먹는다. 알을 가공해 캐비어처럼 먹기도 한다. 북한 연안 지방에서도 겨울철 별미로 자주 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뚝지알탕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뚝지알탕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바다 생태계에서 뚝지 수컷은 알을 지키는 헌신적인 아비로 유명하다. 수컷은 바위틈에 보금자리를 만들고 흡반으로 몸을 고정한 채 20여 일간 알을 지킨다. 이 기간엔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지느러미로 부채질을 해 신선한 산소를 공급한다. 불가사리나 성게 같은 포식자가 접근하면 사력을 다해 막아낸다. 이 과정에서 대왕문어 같은 강력한 포식자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도 한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뚝지 제철은 1, 2월이다. 산란이 끝난 3월 이후에는 뼈가 단단해져 식용으로 적합하지 않다. 김지민은 "1월에서 늦어도 2월 초까지는 먹어야 맛있다"며 "겨울이 가기 전에 꼭 한 번쯤 먹어볼 만한 별미"라고 추천했다.

'배를 갈랐더니 와르르 쏟아지네~?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겨울철 별미'란 제목으로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TV'에 올라온 영상.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