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부모를 죽이기도…가족 간병 '잔인한 현실'

2025-12-20 15:00

간병의 그늘, 가족을 벼랑 끝으로 내몬다

치매 환자 돌봄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가족의 부담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

돌봄 책임이 고스란히 가족에게 전가되다 보니 경제적 압박과 정신적 소진이 겹치고, 결국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지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특히 고령의 노인이 또 다른 노인을 돌보는 이른바 노노간병이 늘어나면서 사회적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노인 학대 현황을 보면, 학대 피해 노인 네 명 중 한 명은 치매 진단을 받았거나 치매가 의심되는 상태였다. 치매 노인은 기억력 저하뿐 아니라 공격성, 배회, 수면 장애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돌봄 난도가 높다. 문제는 이를 감당해야 하는 보호자 역시 고령이라는 점이다. 체력과 경제력이 모두 취약한 상황에서 돌봄이 장기화되면 갈등은 쉽게 폭발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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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 부담의 핵심은 비용과 시간이다. 치매 노인은 평균적으로 여러 개의 만성질환을 함께 앓고 있어 의료비 지출이 꾸준히 발생한다. 여기에 간병까지 더해지면 가계는 빠르게 무너진다. 사적 간병에 들어가는 비용은 연간 수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가족 간병인들은 평균적으로 거의 10년 가까이 돌봄을 전담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직장을 포기하거나 소득이 급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처럼 장기간 이어지는 간병은 보호자를 빈곤 상태로 내몰기도 한다. 돌봄에 매달리다 경제활동에서 이탈한 뒤 다시 사회로 복귀하지 못하는 간병파산 사례도 늘고 있다. 미래에 대한 전망이 사라지면 극단적인 생각으로 이어질 위험도 커진다. 실제 조사에서는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상당수가 심각한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일부는 자살 충동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직장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응답도 다수를 차지했다.

이 같은 압박은 실제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치매를 앓는 가족을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간병살인은 더 이상 개인의 비극으로만 볼 수 없는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공식 통계로 집계된 사건만 보더라도 수년 사이 급격히 증가했다. 여기에 가해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해 기록으로 남지 않은 사례까지 고려하면 실제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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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간병을 가족의 책임으로만 남겨두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간병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누구라도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 이를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만 바라보면 해결책은 나오지 않는다. 공적 돌봄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가족에게 모든 부담을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대안으로는 간호와 간병이 결합된 공공 의료 서비스 확대가 거론된다. 병원과 지역사회에서 돌봄을 분담하고, 가족 간병인의 휴식과 상담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치매는 개인이나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사회적 위험이다. 노노간병의 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한 걸음 더 빠른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