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의 내부순환로와 북부간선도로를 없애고, 그 자리에 지하도시고속도로를 신설하는 대형 교통 인프라 계획이 추진된다. 강북권의 만성적인 교통 정체와 고가도로로 인한 지역 단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내부순환로와 북부간선도로를 지하화하고, 지상 공간을 재편하는 ‘강북횡단 지하도시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18일 발표했다. 성산 나들목(IC)부터 신내 나들목(IC)까지 강북을 가로지르는 약 20.5㎞ 구간에 왕복 6차로 규모의 지하도로를 신설하고, 개통 이후 기존 고가도로는 전면 철거하는 방식이다.
‘강북횡단 지하도시고속도로’, 핵심은?
이번 계획은 단순한 도로 신설이 아니라, 노후 고가도로를 없애고 도시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1990년대 개통된 내부순환로와 북부간선도로는 한때 강북 교통의 핵심 축이었지만, 현재는 기능 저하가 뚜렷하다. 출퇴근 시간대 정체가 일상화됐고, 고가도로 구조물이 지상 공간을 점유하며 지역 간 단절과 소음 문제를 키워왔다.
강북에는 서울 전체 인구의 47%에 해당하는 454만 명이 거주하지만, 도시고속도로 연장은 전체 243㎞ 중 96㎞에 불과하다. 반면 강남권은 147㎞로 60%를 차지한다. 이런 인프라 격차 속에서 내부순환로와 북부간선도로는 지난 30여 년간 강북 교통 수요를 떠안아 왔다. 성산∼하월곡 구간은 하루 약 13만 대, 하월곡∼신내 구간은 약 9만 대가 이용하며, 러시아워 평균 통행속도는 시속 34.5㎞에 그친다.
고가도로 노후화에 따른 유지관리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내부순환로와 북부간선도로의 유지관리비는 올해 391억 원에서 2055년에는 989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안전 문제와 재정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구조다.


단계별로 추진할 계획인 서울시
서울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단계적 지하화를 추진한다. 1단계로 성산∼하월곡∼신내 구간을 우선 지하화하고, 내부순환로 잔여 구간인 하월곡∼성동 구간은 2단계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지하에 왕복 6차로 도로를 확보해 간선도로 기능을 회복하고, 고가도로 철거 후에는 지상에 2차로 도로를 추가로 확보한다. 이로 인해 전체 도로 용량은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교통 환경 변화에 대한 관심도 크다. 서울시는 지하도시고속도로 개통 시 러시아워 평균 통행속도가 시속 67㎞ 수준까지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상부에서는 보행과 지역 간 연결성이 회복되고, 고가도로로 훼손됐던 홍제천과 묵동천 일대는 수변 여가 공간으로 복원할 계획이다.
총사업비는 약 3조4천억 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현재 기준의 잠정 수치로, 향후 교통 수요 전망과 혼잡 완화 효과, 재정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업 규모와 추진 방식이 구체화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강북전성시대 기획단’을 구성해 시와 자치구, 주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민·관·학 협의체를 운영할 계획이다.
공사 기간 중 교통 혼잡과 실제 체감 효과에 대해 서울시는 단계적 추진과 지하 공법을 통해 기존 교통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내부순환로와 북부간선도로를 단순히 보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하화와 철거를 통해 장기적인 도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점이 이번 계획의 핵심으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