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냈어도 '말' 안 하면 꽝… 당신의 보험금이 '증발'하는 순간

2025-12-18 12:06

겨울철 보험분쟁, 약관 해석 차이로 보상 거절된다?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철에는 수도관 동파로 인한 누수나 전열기구 사용 급증에 따른 화재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사고 자체도 문제지만, 이후 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약관 해석 차이로 분쟁이 빚어지는 경우가 많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금융감독원은 최근 겨울철 자주 발생하는 주요 분쟁 사례를 분석해 소비자가 놓치기 쉬운 유의 사항을 공개했다. 이를 미리 숙지해 두면 억울하게 보상을 못 받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가장 흔한 분쟁은 전셋집에서 발생한 누수 사고다. 만약 전세로 살고 있는 집의 매립 배관이 터져 아래층에 물난리가 났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많은 세입자가 본인이 가입한 일상생활 배상책임보험으로 해결하려 하지만, 보험사는 보상을 거절할 수 있다. 누수의 원인이 세입자의 과실이 아닌, 배관 노후나 건물 구조상의 하자라면 법적인 배상 책임은 집주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세입자에게는 배상 책임이 없어 보험금 지급 사유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집주인이 가입한 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집주인으로서도 주의할 점이 있다. 임대를 준 주택에서 누수가 발생했을 때, 집주인이 가입한 일상생활 배상책임보험으로 보상받으려면 가입 시기를 따져봐야 한다. 2020년 4월 약관 개정 이전에 가입한 보험은 피보험자가 실제 거주하는 주택만 보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집주인이 살지 않는 임대 주택은 보상 범위에서 제외된다. 다행히 2020년 4월 이후 개정된 약관으로 가입했다면, 임대해 준 주택도 보험증권에 기재되어 있다는 전제하에 보상이 가능하다.

이사를 했을 때 보험증권의 주소를 변경하지 않아 낭패를 보는 사례도 있다. 일상생활 배상책임보험은 보험증권에 기재된 주택을 기준으로 보상한다. 이사를 하였음에도 보험사에 알리지 않아 증권상 주소가 예전 집으로 되어 있다면,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발생한 사고는 보상받지 못한다. 거주지가 바뀌면 즉시 보험사에 통지하고 증권 기재 내용을 수정해야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

내 집의 피해를 보상받는 급배수시설 누출 손해보험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이 보험은 급배수 시설의 파손으로 물이 새서 내 재산에 피해가 생겼을 때를 대비한 상품이다. 하지만 모든 누수를 보상하는 것은 아니다. 수도관 파열이 아닌 건물 외벽의 금(크랙)이나 방수층 손상으로 빗물이 스며들어 발생한 손해는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약관상 급배수설비 자체의 우연한 사고만 보장하기 때문이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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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보험 역시 알릴 의무가 중요하다. 건물의 구조를 변경하거나 증축하는 경우, 혹은 15일 이상 대수선을 하거나 30일 이상 건물을 비워두는 경우에는 반드시 보험사에 이를 알려야 한다. 보험 약관과 상법상 위험이 현저히 변경되거나 증가한 사실을 통지하지 않으면, 사고 발생 시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거나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자영업자들의 경우 가게 앞에 세워둔 입간판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강풍에 입간판이 쓰러져 행인이나 차량을 덮치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이때 시설 소유 관리자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더라도 보상받지 못할 수 있다. 보험증권에 등록된 시설물 내에서 발생한 사고만 보장하기 때문이다. 건물 외벽에 고정된 간판과 달리, 외부에 별도로 설치한 이동식 입간판은 보험 가입 시 목적물 목록에 명확히 기재해야만 보상받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처럼 약관의 세부 내용이나 가입 시점, 통지 의무 이행 여부에 따라 보상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겨울철 사고에 대비해 내가 가입한 보험의 증권과 약관을 다시 한번 꼼꼼히 확인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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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조희준 기자 choj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