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대표 생선으로 자리매김한 방어의 가격이 급등하며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던 '겨울 별미'라는 인식과 달리, 최근 방어는 고급 어종 못지않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 경락시세 정보에 따르면 이날 동해산 방어(자연산/1미)의 1kg당 가격은 3만51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 같은 날 1만3700원과 비교해 156% 상승한 수준이다. 같은 초겨울 시기임에도 1년 새 가격이 두 배 이상 뛴 것이다.
가격 상승세는 이달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일 동해산 방어의 kg당 가격은 2만6900원 수준이었으나, 최근 2주 동안 30.5%가량 추가 상승했다. 일반 소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소매점에서는 가격 상승이 더욱 가파르다.
소매점 판매가는 경락 가격의 1.5~2배 수준으로 책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운송·보관료, 인건비·임대료 등 각종 비용과 이윤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두 명이 적정량의 방어를 먹을 경우 최대 10만원이 넘는 비용이 발생한다. 실제 서울 인근 방어 전문점 등에서는 성인 2~3명이 먹을 분량인 방어 한 접시에 15만원을 호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방어 가격 급등의 주요 원인은 해수온 상승으로 인한 공급 감소다. 방어는 10~18도 사이 중간 수온을 선호하는 회유성 어종이다. 겨울철 해수온이 낮아지면 연안으로 모여들어 어획량이 증가하는데, 올해는 겨울철 수온이 평년보다 높게 유지되며 어획량이 급감했다.
제주도의 경우 지난달 풍랑특보가 이어지며 방어 위판 실적이 63톤에 그쳤다. 이는 최근 3년 평균 어획량 대비 34% 감소한 수치다.
올여름 폭염으로 인한 양식장 대량 폐사도 공급 부족을 가중시켰다. 올해 경남 남해안 일대에서는 기온 상승으로 적조 현상이 발생하며 방어를 포함한 양식 어류 281만 마리가 폐사했다.
국내산을 대체할 수 있는 일본산 방어 역시 공급난을 겪고 있다. 한국의 수입 수요 증가에 더해 일본도 기온 및 해수온 상승으로 어장 환경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기준 일본의 양식 방어 가격은 지난해 대비 두 배가량 올랐다.

주목할 점은 방어가 애초에 기후변화의 수혜를 입은 어종이라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동해 수온이 올라가면서 명태 같은 한류성 어종은 사라지고,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방어가 새롭게 어획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온 상승이 계속되면서 이제는 방어 어획마저 위협받고 있다.
해양기후예측센터에 따르면 지난 8월 동해 해수온은 평년보다 2.9도나 높았다. 겨울철에도 연안 수온이 방어가 선호하는 10~18도를 넘어서는 날이 늘면서, 방어가 더 북쪽이나 깊은 바다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명태에 이어 방어도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