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군사령부가 비무장지대(DMZ) 출입 통제 권한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정전협정에 따라 유엔사 승인 없이는 군인과 민간인을 불문하고 DMZ 출입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유엔군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군사분계선 남쪽 DMZ 구역의 민사 행정 및 구제사업은 유엔군사령관의 책임”이라며 DMZ 출입 통제 권한이 유엔사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 “군·민간 불문 승인 필요”…정전협정 조항 꺼낸 유엔사
유엔사는 정전협정 1조 9항을 근거로 “민사행정 및 구제사업 집행에 관계되는 인원과 군사정전위원회의 특정한 허가를 얻은 인원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군인이나 민간인도 DMZ에 출입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군사분계선 이남 DMZ 구역의 민사 행정과 구제사업은 유엔군사령관의 책임이라는 점도 함께 들며 DMZ 출입 통제 권한이 유엔사에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유엔사는 DMZ 출입 요청이 들어오면 군사정전위원회가 확립된 절차에 따라 내용을 검토해 승인 또는 거부 결정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DMZ 내 인원 이동이 도발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는지 인원과 방문객의 안전에 위험이 생길 수 있는지 등을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유엔사는 정전협정 체제가 1953년 이후 한국전쟁 재개를 막아온 기반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유엔사가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해 협정 조항을 이행하고 관리하며 집행해 왔다고 밝혔다. 현재 유엔사 회원국 18개국과 대한민국을 대신해 관련 임무를 수행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또 유엔사는 1953년 이후 DMZ를 관리해 온 주체라는 점을 내세우며 남북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에도 안정 유지에 필수적이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DMZ 내 군과 민간 이동을 포함한 각종 활동이 정전협정의 조항과 정신을 준수하도록 보장하는 역할을 군사정전위원회가 맡고 있다고도 했다.
유엔사는 “7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유엔군사령부는 정전을 보존해 왔다”며 한반도 정전과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전념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궁극적으로 항구적 평화협정이 체결되기를 기대한다는 문장도 담았다.
유엔사는 지난 8일 조원철 법제처장과의 면담에서도 “DMZ 출입 통제 권한은 목적과 관계없이 유엔사에 있다”는 취지로 DMZ법에 대한 반대 뜻을 전달한 바 있다. 이번 성명도 원론적으로 정전협정상 권한과 절차를 설명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DMZ법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 ‘DMZ법’ 추진에 선 긋기
이번 메시지는 정치권에서 비군사적 목적의 DMZ 출입을 한국 정부가 승인할 수 있도록 한 ‘DMZ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법률’ 제정 움직임과 맞물려 나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과 한정애 의원은 비군사적이고 평화적인 목적에 한해 DMZ 출입 권한을 한국 정부가 행사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발의 의원들은 정전협정 서문에 ‘순전히 군사적인 성질에 속한다’는 문구가 있는 만큼 민간의 출입까지 유엔사가 일괄 통제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해 왔다. 통일부도 두 법안의 입법 취지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최근 김현종 국가안보실 1차장의 DMZ 출입이 불허된 사실을 공개하며 이를 ‘영토 주권’ 문제와 연결해 DMZ법 추진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DMZ의 평화적 이용’을 내세운 법안 취지와 정전협정 체계가 전제하는 ‘유엔사 승인’ 원칙이 부딪히는 상황에서 향후 관계부처 조율은 물론 한미 간 협의도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