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서울 지하철 276개 역사에서 새로운 변화가 시작된다.

지하철역은 많은 사람에게 ‘지나치는 공간’에 가깝다. 출근길에는 발걸음이 빨라지고 퇴근길에는 피로가 먼저 앞서면서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줄어든다. 역사 안에서는 안내방송과 캠페인 방송이 반복되고, 소음이 쌓일수록 사람들은 이어폰을 끼거나 휴대전화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목적지만 향한다.
같은 노선, 같은 시간대, 같은 멘트가 되풀이되다 보니 역의 공기는 더 건조하게 느껴지기 쉽다. 그런 일상적인 풍경 속에서 서울 지하철 276개 역사 대합실과 출구 인근에 안내방송 대신 클래식 음악이 송출되는 변화가 예고됐다.
서울교통공사는 고객 만족도 향상을 위해 공사가 운영하는 서울 지하철 276개 역사 대합실과 출구 인근에서 클래식 음악을 송출하는 ‘안내방송 개선’ 운영을 전면 시행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반복적인 계도성·캠페인성 안내방송으로 인한 이용객 피로도를 줄이고, 보다 쾌적한 역사 환경을 만들기 위한 취지로 추진됐다. 공사 측은 시민 4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전 조사에서 80.3%가 안내방송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개선안 선호도에서는 ‘음악 송출’이 45%로 가장 높았다고 설명했다. ‘미송출’은 39.5%로 뒤를 이었고, ‘최소화’ 11.4%, ‘강화’ 4.1% 순이었다.
공사는 시민 의견을 바탕으로 시범 운영을 거쳤다. 10월 13일부터 11월 11일까지 광화문역과 왕십리역에서 안내방송 개선 시범 운영을 진행했고, 광화문역은 클래식 음악을 송출하는 방식으로, 왕십리역은 안내방송을 미송출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호응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왕십리역은 시민 응답에서 반대 의견이 72.6%로 높게 나타난 반면, 광화문역은 시민 80.5%, 직원 85.7%가 확대 운영에 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범 기간 공사 누리집 ‘고객의 소리’에는 “기분 전환이 된다”는 취지의 칭찬 민원도 접수됐다고 공사는 전했다.

전면 시행 이후 역사 대합실과 출구 인근에서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5시간 동안 클래식 음원이 송출된다. 시간대별로 분위기를 달리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오전 시간대에는 출근길에 맞춘 밝고 경쾌한 곡을, 낮 시간대에는 부드럽고 편안한 곡을, 저녁 시간대에는 퇴근길 안정감을 고려한 잔잔한 곡을 재생한다. 공사는 베토벤, 바흐, 모차르트, 슈베르트, 쇼팽 등 해외 작곡가 작품을 중심으로 선곡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모든 안내방송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승객 안전과 직결되는 긴급 상황 관제 방송과 승강장 열차 도착 정보 안내 방송은 기존대로 송출한다. 클래식 음악은 대합실과 출구 인근으로 범위를 제한해 운행 정보 전달과의 혼선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마해근 서울교통공사 영업본부장은 이번 개선이 시민들의 바쁜 이동 시간에 작은 기분 전환이 되길 바란다며, 시민 반응을 모니터링하면서 쾌적한 지하철 이용 경험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