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대한민국 공교육 시스템의 가장 취약한 고리였던 '미등록 이주배경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의미 있는 민관협력 모델이 제시됐다. 전남도교육청이 국제 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과 손잡고, 법적 지위가 불안정해 각종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던 미등록 아동들을 위한 체계적인 행정·재정적 지원 시스템 구축에 나선 것이다.

전남교육청은 16일, 세이브더칠드런과 '이주배경아동의 권리 보장과 전인적 성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국적이나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전남에 거주하는 '모든' 아동이 차별 없이 교육받고 건강하게 성장할 권리가 있다는 '보편적 아동권리' 원칙을 공교육 현장에서 구현하겠다는 강력한 정책 의지다.
#'보호 사각지대' 정조준…건강·심리·주거 지원
이번 협약의 핵심은, 그동안 정책적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미등록 이주배경학생'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명시했다는 점이다. 학교에 다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 지위가 없다는 이유로 아프거나 다쳤을 때 제대로 된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하고, 심리적 어려움이나 주거 불안에 시달려도 도움을 청할 곳이 없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양 기관은 이번 협약을 통해, 이들 '투명 아동'을 대상으로 ▲건강 검진 및 의료비 지원 ▲심리상담 및 정서 안정 프로그램 ▲긴급 주거 위기 지원 등 실질적인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분리'를 넘어 '통합'으로…인식 개선 병행
협약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이주배경학생과 비이주배경학생이 함께 어우러지는 건강한 교육 공동체를 만드는 데까지 목표를 확장했다. 양 기관은 ▲두 집단 학생 간의 통합 활동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아동권리 교육을 확대하며 ▲교사와 학부모 등 교육공동체 전체의 다문화 감수성과 인식을 개선하는 사업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김대중 교육감은 "그동안 다문화교육 정책을 통해 이주배경학생을 지원해왔지만, 미등록 아동의 위기 상황에 대한 지원에는 한계가 있었기에 이번 협약의 의미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이브더칠드런이라는 전문적인 파트너와 함께, 단 한 명의 아이도 소외되지 않는 포용적인 전남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태영 세이브더칠드런 총장 역시 "이번 협약이 전남의 이주배경아동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성장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기를 바란다"며, 전남교육청과의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