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김칫국은 냉장고에 남은 김치와 어묵만으로도 한 끼를 든든하게 완성해 주는 겨울철 대표 집밥이다.
어묵김칫국의 매력은 단순함에서 나온다. 잘 익은 김치의 산미와 어묵의 고소한 단백질이 만나면 별다른 양념 없이도 깊은 국물 맛이 완성된다. 특히 추운 날 아침이나 속이 허전한 저녁에 한 그릇 끓여내면 몸이 천천히 풀리는 느낌을 준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입안에 남는 여운이 길어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김치는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유산균과 유기산 덕분에 국물 요리에 넣었을 때 감칠맛을 끌어올린다. 어묵은 생선 살을 갈아 만든 식품으로, 국물에 넣으면 단백질과 함께 자연스러운 단맛이 우러난다. 이 둘이 만나면 따로 다시마나 멸치를 쓰지 않아도 국물의 중심이 잡힌다. 그래서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실패 없이 만들 수 있다.

조리 과정은 간단하지만 몇 가지 포인트를 알면 맛이 달라진다. 김치는 기름을 두르지 않은 냄비에 먼저 볶아 신맛을 한 번 눌러주는 것이 좋다. 여기에 물을 붓고 한소끔 끓인 뒤 어묵을 넣으면 국물이 탁해지지 않는다. 마지막에 파와 두부를 더하면 맛이 깔끔해지고 포만감도 높아진다.
어묵김칫국은 영양 면에서도 균형이 나쁘지 않다. 김치에는 식이섬유와 비타민이 들어 있고, 어묵은 단백질 공급원 역할을 한다. 국물 요리라 수분 섭취에도 도움이 돼 겨울철 건조한 몸 상태를 보완해 준다. 여기에 달걀이나 콩나물을 더하면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다만 나트륨 섭취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김치와 어묵 모두 염분이 있는 식재료이기 때문에 간장을 추가로 많이 넣지 않는 것이 좋다. 국물 맛이 심심하다면 소금 대신 마늘이나 고춧가루로 풍미를 보완하는 방법이 있다. 싱겁게 끓여도 김치 특유의 맛 덕분에 허전함은 크지 않다.

어묵김칫국은 밥과 함께 먹어도 좋고, 국물만으로도 속을 달래는 역할을 한다. 밤늦게 출출할 때 과한 자극 없이 배를 채우기에 적당하다.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면 또 다른 한 끼가 된다. 특별한 재료 없이도 집밥의 위로를 전해주는 이유다.
요즘처럼 물가 부담이 큰 시기에는 어묵김칫국의 가치가 더 살아난다. 냉장고 속 남은 김치와 저렴한 어묵 몇 장이면 충분하다. 조리 시간도 길지 않아 바쁜 날에도 부담이 없다. 그래서 어묵김칫국은 화려하지 않지만 꾸준히 사랑받는 집밥 메뉴로 자리 잡았다.
결국 어묵김칫국은 맛보다 기억에 남는 음식이다. 어릴 적 집에서 끓여 먹던 국, 속이 안 좋을 때 찾게 되는 국으로 떠오른다. 특별하지 않아 더 자주 먹게 되고, 자주 먹어 더 익숙해진다. 소박하지만 오래 곁에 남는 음식이 바로 어묵김칫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