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라이더들에게 보험료는 생계와 직결된 문제다. 올해 10월 말 기준으로 배달용 오토바이 한 대당 평균 보험료는 연간 103만 원에 달했다. 가정용 오토바이 보험료가 17만 원대인 것과 비교하면 5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비싼 종합보험 대신 최소한의 의무보험만 가입하는 라이더가 많았는데, 금융당국이 이를 바로잡기 위해 세 가지 굵직한 개선책을 내놨다.

가장 먼저 바뀌는 것은 자기 신체 사고 보험료다. 라이더가 다쳤을 때 보상받는 이 담보는 그동안 보험사들에 축적된 통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꽤 비싸게 책정되어 있었다. 앞으로는 보험개발원이 가진 전체 통계를 활용해 보험료를 합리적으로 다시 산출한다. 이렇게 되면 현재보다 약 20%에서 30% 정도 보험료가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주요 보험사들은 이미 약 28만 원 수준인 보험료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청년 라이더들을 위한 문턱도 낮아진다. 배달한 시간만큼만 보험료를 내는 시간제 보험은 경제적 부담이 적어 인기가 많다. 하지만 그동안은 사고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만 24세 이상만 가입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내년부터는 이 기준이 만 21세 이상으로 완화된다. 이제 갓 배달업에 뛰어든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들도 위험도에 맞는 보험료를 내고 합리적인 보험 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할인 등급 승계 문제도 해결된다. 자동차보험은 차를 바꿔도 과거의 무사고 운전 경력이 인정되어 보험료 할인을 계속 받을 수 있다. 반면 오토바이 보험은 타던 오토바이를 교체하고 새로 보험에 가입하면 과거의 할인 등급이 싹 사라졌다.
다만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보험료를 아끼기 위해 고의로 오토바이를 교체하는 등 악용 사례가 확인되면 50%의 특별 할증이 붙는다. 또한 오토바이를 여러 대 가진 경우라면 계약 만료일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계약 중 가장 최근 것의 등급을 가져오게 된다.
이번 제도 개선은 내년 1분기 중에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과 보험개발원은 약관과 요율서를 개정해 준비가 끝나는 대로 즉시 현장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자동차보험처럼 사고를 많이 낸 운전자에게는 보험료를 더 물리는 할증 등급 제도 도입도 검토 중이다. 안전하게 운전하는 라이더는 더 대우받고, 사고 위험이 높은 라이더는 더 많은 책임을 지게 하여 전체적인 보험료를 안정시키겠다는 취지다.

결국 이번 조치는 배달 라이더라는 직업이 우리 사회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자리 잡은 만큼, 그에 걸맞은 사회적 안전망을 갖추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