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도 하천에서 물고기 수백 마리가 집단 폐사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행정 당국이 원인 규명에 나섰다. 단기간에 폐사 개체 수가 급증하면서 단순 사고를 넘어 하천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6일 인천시 강화군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4시쯤 강화군 하점면 목숙천과 송해면 다송천 일대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 확인 결과 서로 연결된 두 하천에서는 길이 10∼30㎝가량의 붕어와 잉어 등 어류 100여 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상황은 하루 만에 더 심각해졌다. 다음 날에는 하천 일대 약 3㎞ 구간에서 물고기 사체 300여 마리가 추가로 떠오르며 폐사 규모가 크게 늘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하천 전체가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강화군에서는 이미 지난 7월에도 다송천 일대에서 유사한 집단 폐사 사례가 발생했다. 당시 조사 결과 중금속이나 특정 오염물질은 확인되지 않았고, 폭염으로 인한 수온 상승과 수중 산소 부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번 폐사 역시 고온과 수질 변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나, 정확한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강화군은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과 사설 검사기관 등 두 곳에 수질 성분 분석과 어류 사체 검사를 의뢰했다. 중금속, 유기오염물질, 용존산소량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자연적 요인인지 인위적 오염인지 가릴 방침이다.

불법 오염물질 유입 여부에 특히 많은 이들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하천 인근에 농경지와 주거지가 혼재돼 있어 농약이나 생활 오수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화군은 현재까지 불법 배출을 단정할 증거는 없다고 설명하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이 주목받는 이유는 폐사한 어종이 잉어와 붕어라는 점 때문이다. 잉어와 붕어는 한국 담수 생태계에서 잡식성 중간 소비자로, 먹이사슬의 핵심 고리 역할을 한다. 수서곤충과 저서무척추동물, 작은 물고기, 수초와 조류 등을 두루 먹으며 하천과 저수지에서 하층 생물량을 조절한다.
동시에 잉어와 붕어는 쏘가리나 뱀장어 같은 상위 포식 어류의 주요 먹이가 된다. 이들 개체 수가 급감하면 상위 포식자 역시 먹이 부족에 직면해 내수면 생태계 전반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 단순히 물고기 몇 종이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라 먹이망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다.

서식 환경 측면에서도 잉어와 붕어의 역할은 크다. 바닥을 뒤집어 먹이를 찾는 습성으로 퇴적물과 유기물을 휘저어 하천 바닥 환경을 변화시키고, 수생식물이나 조류의 과도한 번성을 일정 부분 억제한다. 오염과 저산소 환경에도 비교적 강해 도시 하천이나 수질이 좋지 않은 수역에서도 살아남으며, 최소한의 어류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해왔다.
강화군은 단기 대응과 함께 환경 개선 작업도 병행할 계획이다. 목숙천과 다송천 일대 약 2.3㎞ 구간에 쌓인 오염 퇴적토를 제거하고 황토를 다시 깔아 하천 자정 능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는 수질 안정과 미생물 활동 회복을 목표로 한 조치다.
강화군 관계자는 “주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겠다”며 “불법적인 오염물질 배출 정황이 확인될 경우 행정 처분과 함께 사법기관 고발 조치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잉어와 붕어처럼 비교적 환경 변화에 강한 어종까지 집단 폐사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일시적 사고를 넘어 하천 환경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강화도 내 하천 관리 방식과 상시 수질 모니터링 필요성도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