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이 모범사례라며 칭찬한 공무원... 그런데 '고수위 반박' 나왔다

2025-12-16 11:39

“똑똑하다며 박수 칠 일이 결코 아니다” 지적 제기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희망찬 농업·농촌, 모두가 행복하게 일하는 나라' 농림축산식품부(농촌진흥청·산림청)-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희망찬 농업·농촌, 모두가 행복하게 일하는 나라' 농림축산식품부(농촌진흥청·산림청)-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변상문 국장이 관련 숫자를 그토록 완벽하게 외우고 있는 것은 그가 유능해서라기 보다는 그가 속한 조직이 저지른 거대한 정책 실패를 수습하느라 피가 마르도록 대책 회의를 반복한 결과일 뿐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유전자변형식품(GMO) 질문에 막힘없이 답변하며 '콩GPT'라는 별명을 얻은 변상문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국장이 대통령실로부터 업무보고 모범사례로 선정되며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이 같은 열광에 제동을 거는 칼럼이 한 농업 전문 매체에 게재됐다.

변상문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국장 / KTV
변상문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국장 / KTV

김재민 팜인사이트 편집장은 16일 <'콩GPT' 변상문 국장이 스타가 된 씁쓸한 이유>란 제목의 칼럼을 올렸다.

앞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이 업무보고 모범사례로 변 국장의 사례를 꼽았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농식품부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이 수입 대두의 GMO 비율을 묻자 변 국장은 "콩은 채유용으로 100만 톤 수입되고 전부 GMO다. 식용은 논(Non)-GMO다. 입증된 업체로부터 수입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강 대변인은 "명쾌한 답변으로 먹을거리에 대한 국민의 막연한 우려를 불식시켰다"며 "인공지능(AI)처럼 정확한 수치를 바로 답하는 전문성으로 국민 신뢰를 높였다"고 평가했다.

이후 언론들은 변 국장을 "준비된 관료", "AI 같다"며 치켜세웠다. 일부 언론은 '콩GPT'라는 별명을 붙였다.

김 편집장은 이 같은 분위기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먼저 그는 "사실 담당 국장이라면 저 정도 수치는 특별히 외우려 노력하지 않아도 반복해서 관련 문서를 접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내재화 한다고 봐야 한다"며 "식량정책관실이 다루는 핵심 품목은 단출하다. 쌀과 콩, 여기에 밀과 보리가 따라붙는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편집장은 농식품부의 논콩 정책이 시장 원리를 무시한 실패작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농산물 시장은 냉혹하다. 통상 전년 대비 공급량이 3%만 늘어도 가격이 폭락하고 수급 조절에 비상이 걸린다. 그런데 농식품부는 시장의 기본 원리를 무시하고 무식할 정도로 콩 재배면적을 늘렸다"고 지적했다. 논콩이란 논에서 벼 대신 재배하는 콩을 뜻한다.쌀 과잉 문제를 해결하고 논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 주도로 재배가 확대된 작물이 논콩이다.

김 편집장은 "2021년 대비 2022년에는 무려 17.5%를 늘리더니, 2023년에는 5.8%, 2024년에는 전년 대비 9.8%를 더 늘렸다. 이미 재고가 쌓여 소진되지 못하고 있음을 뻔히 알면서도 '쌀을 줄여야 한다'는 명분 하나로 논에 콩을 심도록 강력히 드라이브를 건 것이다"라며 "결과는 참혹하다. 콩은 쌀보다 단가가 높다. 정부가 수급 조절을 위해 투입해야 할 비용이 쌀보다 훨씬 커졌다는 뜻이다. 쌀보다 수요도 적어 소진하는 게 말처럼 쉽지도 않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급작스러운 개입으로 콩 가격이 하락하면서, 묵묵히 농사를 짓던 기존 콩 농가들만 애꿎은 피해를 입었다"고 비판했다.

김 편집장은 "상황이 이러니 '콩GPT'가 수치를 못 외우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본인들이 저지른 사고를 수습하느라 연일 대책 회의에 시달리며 숫자를 들여다봤을 텐데, 그 정도도 입력이 안 돼 있다면 당장 옷을 벗어야 마땅하다. 그러니 이를 두고 '똑똑하다'며 박수 칠 일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다른 부서 국장들과의 비교도 제시했다. "만약 대통령이 한우나 돼지 수급을 물었다면 축산정책관은 '소GPT', '돈(豚)GPT'가 되어 훨씬 더 복잡한 수치를 읊었을 것이다. 식량정책관이 고작 쌀, 콩, 밀, 보리 정도를 붙들고 있을 때, 축산정책관은 한우, 육우, 젖소, 돼지, 산란계, 육계, 오리 등 챙겨야 할 축종이 한두 개가 아니다. 기회가 오지 않아 땅을 치고 있지는 않을까"라고 적었다.

그는 "더 안타까운 건 유통소비정책관이다. 배추, 무, 고추, 마늘, 양파, 대파는 기본이요, 사과, 배, 딸기, 포도, 수박, 참외, 토마토, 오이, 호박, 시금치 등등... 외워야 할 품목이 끝이 없다. 이들이 다루는 방대한 데이터에 비하면 '콩GPT'의 학습량은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다"라고 덧붙였다.

김 편집장은 "단순히 몇 가지 숫자를 잘 대답했다고 해서 유능한 관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 유능한 공무원이라면 대통령 앞에서 앵무새처럼 수치를 읊으며 '콩GPT' 노릇을 할 게 아니라, '무리한 콩 증산 정책으로 시장이 왜곡되고 예산이 낭비되고 있으니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고 직언을 했어야 옳다"고 강조했다.

그는 칼럼을 "숫자 뒤에 숨겨진 정책 실패의 그늘은 보지 못한 채, 겉보기에 화려한 대답 실력과 '콩GPT'라는 별명에만 열광하는 지금의 분위기가 씁쓸하기만 하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