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아니스트 임동혁(41)이 16일 자신의 SNS에 극단 선택을 암시하는 자필 유서를 공개했다. 임동혁은 2005년 쇼팽 국제 콩쿠르 공동 3위 입상으로 한국 클래식 연주자 붐을 일으킨 유명 클래식 음악인이다.
임동혁은 이날 오전 5시 35분 자신의 SNS 계정에 여러 장의 자필 손편지 사진을 올렸다. 그는 "제 주치의 및 상담사는 제게 기회가 되면 책을 쓰라고,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과 임동혁의 이미지와 실체가 너무 다르다고 했지만 그 기회는 없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평생 연주자로 살아오면서 지독한 우울증에 시달렸다"며 "2015년부터 약도 하루도 빠짐없이 항우울제를 먹었다. 항우울제 자체는 나쁜 약이 아니고 평생 먹어도 상관없지만 지병으로 지속적으로 아팠다"고 밝혔다.
임동혁은 "사실 많은 연주자가 정신적으로 나약해지기 쉬운 원인은 수천 명에게 박수갈채를 받다가 또 호텔 방으로 들어오면 혼자고 거기서 나오는 괴리감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며 "특히나 나는 선천적으로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더 견디기 힘들었는지도 모른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어 "많은 연주자들이 무언가에 의존하면서 버티는 것도 사실인데 나는 술에 문제가 생기고 의지했다"며 "끊었다 다시 마시기를 반복했고 음주가무도 좋아했다. 비록 그 끝엔 또 공허함이 기다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랬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결국엔 음악이 내 전부였다"고 강조했다.
임동혁은 전 부인과의 갈등에 대해서도 상세히 언급했다. 그는 "컴퓨터에 써놓고 공개 안 한 자료가 있다. 전 부인과 지인에 대한 내용"이라며 "내가 가고 나면 아마 따로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임동혁은 2019년 이혼소송 중이던 아내에게 메신저로 여러 장의 음란 사진과 음란 메시지를 보낸 혐의를 받았으나 검찰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전 부인은 내가 이혼 소송 중 음란 메시지를 보냈다며 매도했지만 나는 음란 메시지를 보내지도 않았고 이혼 소송 중도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전 부인이 2019년 9월 15일 한국 유명 아티스트들을 단톡방에 초대해 내 명예훼손을 하자 나는 그래도 신사답게 따로 초대해 그 사람의 소지품을 보낸 것"이라며 "나도 본인의 사생활을 알고 있으며 그만하라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임동혁은 또 "전 부인은 내게 거짓 미투가 터지게 해주겠다고 협박했다"며 "내가 ‘거짓인 걸 네가 더 잘 아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하자 전 부인은 ‘알아 거짓인지. 하지만 대중이 널 믿어줄까? OOO(전직 정치인)을 봐봐. 누가 봐도 연애한 거야. 그래도 감방 가잖아’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 부인으로부터 1년 가까이 상습적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는 "다 녹취록과 증거가 있는 것들만 나열하는 것이며 내 사후에 다 공개되겠다"고 덧붙였다.

임동혁은 2020년 서울 강남구 한 마사지 업소에서 여성 마사지사와 성매매를 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고, 지난해 12월 약식기소로 벌금형을 받았으나 불복해 정식 소송을 진행했다. 올해 9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성매매) 혐의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비록 한 지인이 내 핸드폰에 들어와 녹취파일을 빼돌리고 심지어 나 몰래 아이폰에 자기 얼굴까지 등록해서 빼돌린 파일로 나를 고발했다는 사실은 성경에 손을 얹고 사실"이라면서도 "어찌 됐든 살면서 성매매 경험을 한 게 사실이다. 내가 잘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더 이상 내 심신이 견디지 못해 그냥 1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법리적으로 어떻든 한 경험이 있고 그것은 하느님이 아실 것이기에 그것에 대한 처벌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엔 경찰이 무려 5년 전 일이고 상대가 누구고 어디인지도 모르기에 불송치하겠다고 했지만 마법의 단어 취재가 시작되자 돌변했다"며 "독일에서는 합법이고 오히려 세금을 더 중요시하는 나라에 살아와서 죄책감이 더 없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죄송하다.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임동혁은 한 지인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그 사람은 순수 악 그 자체였고 소시오패스였다"며 "최근 유튜브에서 소시오패스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소시오패스는 어떤 사람의 아픔, 약점, PTSD를 발견했을 때 전혀 공감, 연민, 동정심을 못 느끼고 그 약점을 이용해서 내 꼭두각시로 조종해야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다고 한다. 그 사람이 정확히 그랬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사람이 내가 전 부인 기록 때문에 힘들어하고 억울해하는 점을 이용해 나를 컨트롤하고 학대했다"며 "거짓으로 경찰에 맞았다고 신고하고, 또 사과하고 헤어지자고 하면 임동혁이 낙태 종용했다며 제보할까라며 협박하고, 수도 없이 핸드폰, 인스타, SNS에 무단 출입했다"고 폭로했다.
임동혁은 "2023년 4월 극단 선택 시도 때 내가 유서에 쓴 말이 ‘이것이 너한테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같아’였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내가 물리적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단 한 번도 아팠던 적이 없던 반려견이 죽었다"며 "내가 달려왔을 땐 이미 뻣뻣한 주검이었으며, 죄책감 자책감을 못 느끼는 것을 넘어서 애가 아직 누워 있는데 옆에서 걸레질을 하고 있더라. 마치 무언가를 지우려는 사람처럼"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사람으로 인해서 지금은 하루에 여러 가지 향정신성 약을 포함해 25알씩 먹는 것 같다"고 밝혔다.
임동혁은 가족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참고로 내 친모도, 최근엔 엄마의 언니인 이모도 우울증으로 돌아가셨다"고 밝혔다. 그는 "내 병은 더욱더 악화됐다"며 "억울하지만 소속사가 가만있으라고 해서 가만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심신은 무너졌으며 너무 외롭고 고독하다"며 "나도 분명히 천사는 아니었으나 이 세상은 내가 살기에 너무 혹독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딜 가도 핸드폰 매장, 헬스장을 가도 눈팅, 뒷담이 있었다"며 "어쩌면 우리 엄마가 우울증에 걸렸을 때 내가 이해해주지 못한 것, 모진 말한 것을 고스란히 돌려받는지도 모른다"고 자책했다.
그는 "극단 선택에 실패한 사람에게 ‘관심받으려고 그러냐’라는 말을 나도 들었다. 어마무시한 상처였다"고 밝혔다.
임동혁은 마지막으로 "결국은 다 내 불찰이고 잘못"이라면서도 "하지만 믿어달라. 나는 다소 천박할지 모르나 내 음악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분 모두에게 행복과 행운이 깃들기를 바란다. 그동안 여러분 덕분에 행복했고 감사했다"라고 말했다.
임동혁은 형 임동민과 함께 2005년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공동 3위에 입상하며 국내 클래식 음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피아니스트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 SNS 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