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 명가' 폭스바겐이 창사 88년 만에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을 폐쇄한다.

지난 14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16일을 끝으로 드레스덴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이 공장은 2002년 이후 지금까지 누적 생산대수가 20만 대에 미치지 않는다. 이는 폭스바겐의 주력 생산시설인 볼프스부르크 공장 연간 생산량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폭스바겐은 비교적 소규모인 오스나브뤼크·드레스덴 공장에서 늦어도 2027년까지 생산을 중단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회사는 독일 내 생산능력이 연간 73만4000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 공장 폐쇄는… 노사가 합의한 구조조정의 일환
드레스덴 공장 폐쇄는 지난해 10월 노사가 합의한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당시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노사는 독일 내 일자리를 3만5000개 이상 줄이기로 합의했다. 독일 직원 12만 명의 약 30%에 달하는 규모다. 노사는 강제 정리해고 대신 퇴직 프로그램과 노령 근로시간 단축 등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수단을 통해 인력을 감축하기로 했다.
사측은 노조 제안을 받아들여 임금을 5% 인상하고 인상분을 회사 기금으로 적립해 비용 절감에 쓰기로 했다. 또 휴가수당을 줄이고 일부 상여금 항목도 없애기로 합의했다.
사측은 수요 감소에 따라 생산이 과잉된 상태라며 △독일 공장 10곳 중 최소 3곳 폐쇄 △그에 따른 인력 감축 △임금 10% 일괄 삭감 등 비용 절감 방안을 제시하고 노조와 협상을 벌였다.
◈ 한때 폭스바겐의 자랑이었던 '드레스덴 공장'

공장 부지는 드레스덴 공과대에 임대해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반도체 개발을 위한 연구 캠퍼스로 활용될 예정이다. 폭스바겐의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드레스덴 공장에서는 초기에 고급 세단 페이톤(Phaeton)을 조립했다. 2016년 페이톤 단종 이후에는 최근까지 전기차 ID.3를 생산해왔다.
드레스덴 공장은 외부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전체 벽면이 유리로 만들어져 '유리 공장'으로도 불렸다. 또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작업장 바닥을 원목으로 제작했으며, 자율주행 운송시스템도 적용됐다.
생산 과정에서 재생 가능한 100% 친환경 전력을 사용해 연간 3600t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한다. 생산 시설은 방문객들을 위해 개방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모빌리티의 이동성이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확인하고 제품 전문가를 만나 설명을 들을 수도 있었다.
◈ 판매 부담 가중… 폭스바겐, 올해 3분기 적자

토마스 셰퍼 폭스바겐 승용차부문 최고경영자(CEO)는 드레스덴 공장 폐쇄를 두고 가볍게 내린 결정이 아니라며 “경제적 관점에서 필수적인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FT는 “중국 시장의 판매 부진과 유럽 수요 감소에 더해 고관세 영향으로 미국 판매 부담이 가중되면서 폭스바겐의 현금 흐름 압박을 심화시켰다”고 진단했다.
폭스바겐그룹은 지난 3분기(7~9월) 10억7000만 유로(약 1조9000억 원)의 세후 순손실을 기록했고, 코로나19 팬데믹 초반인 2020년 2분기 이후 첫 분기 적자에 빠졌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3% 증가했으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3분기 3.6%에서 올해 3분기 -1.6%로 떨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