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교육청, 교육공무직 '차별의 벽' 허물다~'공무원급' 처우 개선으로 상생 노사관계 선언

2025-12-16 08:59

유급병가 2배 확대·장기재직휴가 신설 등 159개 조항 합의…노동강도 경감 등 현장 중심 혁신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전남도교육청이 교육 현장의 '숨은 공로자'인 교육공무직의 처우를 공무원 수준으로 대폭 끌어올리는 획기적인 단체협약을 체결하며, '차별 없는 일터'를 향한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이는 단순한 복지 향상을 넘어, 교육공무직을 교육의 한 주체이자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고, '상생의 노사관계'를 통해 학교 현장의 안정성과 교육의 질을 동시에 높이겠다는 강력한 정책 의지로 풀이된다.

전라남도교육청과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 참여 노조 관계자들이 2025년 단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전라남도교육청과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 참여 노조 관계자들이 2025년 단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전남교육청은 15일,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와 '2025년 단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총 159개 조항에 달하는 이번 협약은, 그동안 교육공무직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핵심적인 근로 여건 개선 사항들을 대거 반영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핵심은 '차별 해소'…건강권과 휴식권 보장

이번 협약의 가장 큰 성과는 '건강권'과 '휴식권' 보장에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질병으로 인한 유급병가 기간을 기존 30일에서 60일로 두 배 확대해, 공무원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이는 질병 발생 시 생계 걱정 없이 치료에 전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10년 이상 장기 근속자를 위한 '장기재직휴가'를 신설해, 오랜 기간 교육 현장에 헌신해 온 이들의 노고를 인정하고 재충전의 기회를 보장했다.

전라남도교육청과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참여 노조 대표들이 2025년 단체협약서를 들어보이고 있다.(왼쪽부터 민태호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위원장, 김대중 전라남도교육감, 정인용 공공운수노동조합 전국교육공무직 본부장, 최순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전라남도교육청과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참여 노조 대표들이 2025년 단체협약서를 들어보이고 있다.(왼쪽부터 민태호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위원장, 김대중 전라남도교육감, 정인용 공공운수노동조합 전국교육공무직 본부장, 최순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저출산 시대, '가족친화적 일터'로

협약은 저출산 시대에 발맞춘 파격적인 '가족친화적' 조항들도 담았다. 배우자 출산휴가를 기존 5일에서 20일(다태아 25일)로 대폭 확대하고, 난임치료 시술휴가와 유산·사산 휴가를 신설해,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었다. 또한, 기존 '자녀돌봄휴가'를 '가족돌봄휴가'로 확대해, 돌봄의 범위를 넓히는 등 변화하는 가족 형태에 유연하게 대응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노동강도 경감

이번 협약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맞춤형' 근로 여건 개선에도 집중했다. 대표적으로 ▲청소 업무를 담당하는 미화원을 상시근로자로 전환해 고용 안정을 꾀하고 ▲특수교육실무사 등의 근무일 수를 확대해 학생 지원의 공백을 줄였다. 특히, 과도한 노동강도로 악명이 높았던 조리실무사의 배치 기준을 완화함으로써, 학교 급식의 질 향상과 근로자의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김대중 교육감은 "이번 협약은 어느 한쪽의 승리가 아닌,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노사 모두의 승리'"라고 평가하며, "교육공무직 선생님들의 안정된 근로 환경이, 결국 우리 아이들을 위한 더 나은 교육 서비스로 이어질 것이라 굳게 믿는다"고 밝혔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