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대통령, 굳이 화요일인 12월 3일에 계엄 선포한 이유는..."

2025-12-16 08:50

“미국의 개입 차단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조태용, 계엄 다음날 미국으로 출국 예정”

화요일 오후 10시. 주말도 아니고 휴회기도 아닌 시점에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국회의원들이 지역구로 내려가지 않고 서울에 머물던 때였고, 업무를 마치거나 국회 주변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던 시간이었다. 누가 봐도 계엄 성공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조건이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계엄을 선포했다. 왜였을까.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 KTV 캡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 KTV 캡처

180일간의 수사를 마친 조은석 내란 특검팀이 15일 그 이유를 내놨다.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최종 수사 결과 발표에서 계엄 선포 날짜 선택에 대해 "확정적으로 답변이 어렵다"면서도 몇 가지 정황을 제시했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에는 '미국 협조', '미국 사전 통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조태용 당시 국가정보원장은 12월 5일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내정자와 면담을 위해 계엄 다음날(12월 4일) 출국할 예정이었다.

특검팀은 1972년 10월 유신도 참고 사례로 제시했다.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 계엄을 선포한 시점 역시 미국 대선이 진행 중이던 때였다. 박 특검보는 "군부대 이동에 있어서 미국의 개입 차단을 위해 미국 대통령 선거 뒤 취임 전 혼란한 시기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간적 배경을 살펴보면 이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6일 재선이 확정됐고, 올해 1월 20일 취임했다. 계엄 선포는 그사이 약 두 달 정권 교체기 한복판에 이뤄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임기 막바지였고,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에겐 아직 정식 권한이 없었다.

박 특검보는 "사실상 미국으로부터 (비상계엄을) 인정받지 못하면 (계엄은) 100% 실패한다. (윤 전 대통령도) 지난 계엄의 역사를 통해 알 것이다. (그래서) 그 시기를 아마 골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특검팀은 두 달 남짓한 권력 교체기 중에서 유독 '2024년 12월 3일'을 선택한 구체적 이유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의원 체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그날을 택했다는 증거도 발견하지 못하고, 무속 개입 흔적 역시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통해 무력으로 입법권과 사법권을 장악해 권력을 독점·유지하려 했다고 결론 내렸다. 조 특검은 "우리는 역사적 경험으로 권력을 가진 자의 친위 쿠데타가 내세운 명분은 허울뿐이고 목적은 오로지 권력 독점과 유지임을 잘 알고 있다"며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총선 훨씬 전부터 계엄을 준비했고, 자신을 거스르거나 반대하는 사람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 제거하려 할 목적으로 계엄을 선포했다"고 밝혔다.

계엄 준비 시기는 늦어도 2023년 10월부터로 추정됐다. 당시 군 장성 인사에서 노상원 수첩에 기재된 '국군방첩사령관 여인형' 등 군사령관 배치 구상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점이 근거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해 내란 중요 임무 종사, 직무유기, 위증 등 혐의로 총 24명을 기소했다. 군 검찰도 특검팀과 협업해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 3명을 공소제기했다.

한편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을 고문해 지난해 총선을 부정선거로 조작하려 했다고 밝혔다. 정보사 요원들을 수사단으로 구성하고 야구방망이, 송곳, 망치 등을 준비해 과천 선관위로 파견한 것이 근거다. 박 특검보는 "고문 기구는 사실을 사실대로 말할 때 이용하는 게 아니다"며 "총선을 무효로 만들어 입법부를 무력화하고 비상입법기구를 가동하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