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화재 원인 1위 충격적…방화도, 누전도 아닙니다

2025-12-15 22:33

“12월에만 2500건 넘었다”…서울소방이 경고한 겨울 화재의 공통점

서울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연중 고르게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통계를 들여다보면 12월만 유독 위험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서울시소방재난본부가 최근 5년간 화재 통계를 분석한 결과, 12월은 다른 달보다 화재 발생과 인명피해가 뚜렷하게 늘어나는 시기로 나타났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12월에 발생한 화재는 모두 2517건으로, 전체 화재의 9.4퍼센트를 차지했다. 이 기간 화재로 숨진 사람은 25명, 부상자는 167명을 포함해 총 192명에 달했다. 단순한 숫자 이상으로, 겨울 초입의 생활 환경이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장 눈에 띄는 원인은 부주의였다. 12월 화재의 절반 이상이 사람의 실수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부주의로 인한 화재는 1339건으로 전체의 53.2퍼센트를 차지했다. 특히 가연물을 난방기기나 열이 발생하는 물건 근처에 두는 행위, 그리고 전열기구를 잘못 설치하거나 사용하는 경우가 급증했다. 가연물 근접 방치는 전월보다 50건 이상 늘었고, 기기 사용이나 설치 부주의 역시 한 달 사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이 같은 변화는 12월이라는 계절적 특성과 맞물려 있다.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면서 전기히터, 전기장판, 난로 같은 개인 난방기기 사용이 늘어나고, 건조한 공기로 인해 불이 붙으면 빠르게 번지는 조건이 만들어진다. 평소라면 별문제 없을 행동이, 겨울철에는 화재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화재가 발생한 장소를 살펴봐도 경고 신호는 분명하다. 판매시설과 업무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는 12월 들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한 달 사이 90건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고, 건축공사장 화재 역시 전월 대비 50퍼센트 이상 증가했다. 연말을 앞두고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거나, 난방과 조명이 동시에 사용되는 환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런 화재 대부분이 충분히 예방 가능했다는 점이다. 난방기기 주변에 종이상자나 옷가지, 커튼 같은 가연물을 두지 않는 것, 사용하지 않는 전열기기의 전원을 뽑는 것, 임시로 설치한 전기기구를 그대로 방치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상당수 사고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바쁘고 추운 일상 속에서 이런 기본 수칙은 쉽게 잊힌다.

소방 당국이 12월을 앞두고 반복해서 주의를 당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은 방심이 대형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실내 난방이 늘어나는 겨울에는 불이 나도 초기에 인지하기 어려워 피해가 커질 수 있다. 불길보다 더 무서운 연기와 유독가스는 순식간에 생명을 위협한다.

서울시소방재난본부는 겨울철 화재 예방의 핵심으로 ‘익숙함에 대한 경계’를 강조한다. 매년 쓰던 난방기기라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 잠깐이니 괜찮겠다는 판단이 사고의 출발점이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통계에 잡힌 화재 상당수는 오래된 설비나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 공간에서 발생했다.

12월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달이지만, 동시에 화재 위험이 가장 높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추위가 깊어질수록 불은 더 쉽게 번진다. 난방기기 하나, 콘센트 하나를 다시 살펴보는 일은 번거로울 수 있지만, 그 몇 분의 점검이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결정적인 차이가 될 수 있다. 연말을 안전하게 맞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거창한 대비가 아니라, 지금 쓰고 있는 물건을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이다.

home 위키헬스 기자 wikihealth75@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