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두꺼운 패딩을 입은 채 차에 타 안전벨트를 매는 행동이, 저속 사고나 가벼운 접촉사고에서도 치명적인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겉으로 보면 안전벨트를 분명히 맸고, 속도도 빠르지 않았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보면 상황은 다르다. 두꺼운 패딩은 안전벨트와 몸 사이에 큰 틈을 만들고, 이 틈이 사고 순간 아이의 몸을 보호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충돌이 발생하면 차량은 급격히 멈추지만, 아이의 몸은 관성에 의해 앞으로 쏠린다. 이때 안전벨트가 몸에 밀착돼 있지 않으면, 충격 에너지가 분산되지 못하고 특정 부위에 집중된다.
특히 위험한 부위가 복부다.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골반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고, 복부 장기를 보호하는 근육과 지방층도 얇다. 안전벨트는 원래 골반 뼈 위에 걸려 충격을 받아내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패딩을 입은 상태에서는 벨트가 실제 골반이 아닌 배 위쪽에 걸리기 쉽다. 사고 순간 벨트가 배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장기 손상, 장 파열, 내출혈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를 ‘안전벨트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사고의 크기와 상관없이 이런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속 수십 킬로미터의 저속 충돌이나 주차장에서의 가벼운 접촉사고에서도, 갑작스러운 감속이 일어나면 아이의 몸은 짧은 순간 큰 힘을 받는다. 이때 패딩이 쿠션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두꺼운 옷은 오히려 벨트의 제 기능을 방해한다. 벨트가 몸을 단단히 잡아주지 못해 아이가 아래로 미끄러지는 ‘서브마리닝’ 현상도 발생하기 쉽다.
실험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충돌 시험에서 두꺼운 외투를 입은 더미는 벨트를 맸음에도 불구하고 몸이 더 크게 앞으로 이동했고, 복부에 가해지는 압력이 크게 증가했다. 겉옷을 벗기고 벨트를 바짝 당겨 맸을 때와 비교하면 차이는 분명했다. 안전벨트는 느슨할수록, 그리고 몸과의 거리가 멀수록 보호 효과가 급격히 떨어진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아이를 차에 태울 때 반드시 두꺼운 외투나 패딩을 벗기라고 조언한다. 춥다면 안전벨트를 먼저 제대로 맨 뒤, 그 위에 담요를 덮어주는 방식이 훨씬 안전하다. 카시트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원칙은 같다. 패딩을 입힌 채 카시트에 앉히면 하네스가 헐거워져 충돌 시 아이가 튀어나오거나 복부에 과도한 압력이 전달될 수 있다.
안전벨트는 맸느냐, 안 맸느냐보다 어떻게 맸느냐가 더 중요하다. 특히 아이에게는 성인과 다른 신체 조건이 적용된다. 겨울철 편의와 추위를 이유로 패딩을 그대로 입힌 채 태우는 관행이, 오히려 아이를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차에 오르기 전 패딩을 벗기는 몇 초의 수고가, 사고 순간 아이의 생명을 지키는 결정적인 차이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