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널뛰는 기온, 잦아진 비, 그리고 기승을 부리는 병충해. '이상 기후'라는 피할 수 없는 위협이 대한민국 대표 양파 주산지인 전남 함평의 밭고랑까지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이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함평군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관행 농법에 과감히 메스를 대고 '과학 영농'이라는 첨단 방패를 꺼내 들었다.
함평군농업기술센터는 지난 11일, 지역 양파 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고품질 양파 재배 기술 교육'을 실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단순한 연례 교육을 넘어,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적'에 맞서 양파 농사를 지켜내기 위한 일종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농가에 전수하는 자리였다.
#하늘만 쳐다보던 농사는 끝났다
"옛날처럼 씨 뿌리고 하늘만 쳐다봐서는 더 이상 안 됩니다."
이번 교육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했다. 예측 불가능한 기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씨앗을 고르는 첫 단계부터 밭을 갈고, 모종을 심고, 수확하는 모든 과정이 데이터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에서는 ▲우량종자 선택법 ▲여름철 태양열을 이용한 토양소독법 ▲정확한 파종·정식 시기 ▲질소 비료량 정밀 관리 ▲스프링클러를 활용한 과학적인 물 관리법 등, 당장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기술들이 집중적으로 소개됐다.
#최대의 적 '노균병', 방제 골든타임을 사수하라
특히 올해 농가를 가장 괴롭혔던 '노균병'과의 전쟁을 위한 특별 전략도 제시됐다. 고온과 잦은 비로 노균병 발생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만큼, '미리, 제때에' 약을 치는 '적기 방제'의 중요성이 수차례 강조됐다. 또한, 같은 땅에 계속 양파를 심으면서 발생하는 '연작 피해'를 막기 위한 토양 관리의 필요성도 경고됐다. 이는 '병이 생긴 후에 치료한다'는 기존의 소극적 대응에서 벗어나, '병이 생길 틈을 주지 않는다'는 '사전 예방'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라는 강력한 주문이다.
#'찾아가는 농업 주치의'…현장 밀착 지원 강화
함평군은 이번 교육을 시작으로, '찾아가는 농업 주치의' 개념의 현장 밀착형 기술 지원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작황별 기상 대응 기술과 병해충 발생 정보를 스마트폰 문자 등으로 신속하게 제공하고, 전문가가 직접 농가를 방문해 문제점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컨설팅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문정모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기후변화 시대에 고품질 양파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비결은,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 철저히 지키는 것'에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농업기술센터가 농민들의 가장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맞춤형 교육과 현장 지도를 통해 농가 소득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상기후의 거센 파도 앞에서, 과학으로 무장한 함평 양파의 생존을 위한 싸움이 이제 막 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