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잿더미'에 '희망의 묘목'을~함평군, 산불 피해지 '탄소저장고'로 바꾼다

2025-12-15 11:37

단순 복구 넘어 '탄소중립' 미래 설계…연간 24톤 탄소 흡수 '녹색 프로젝트' 시동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화마(火魔)가 할퀴고 간 절망의 잿더미가, 이제는 지구의 열기를 식히는 거대한 '탄소 저장고'로 다시 태어난다.

전남 함평군이 2023년 대형 산불로 검게 타버린 산림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단순한 나무 심기를 넘어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혁신적인 '녹색 프로젝트'를 접목하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2023년 4월, 함평군 대동면과 신광면을 덮친 대형 산불은 641헥타르(㏊), 축구장 900개에 달하는 푸른 숲을 한순간에 앗아갔다. 이는 단순한 산림 소실을 넘어, 지역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주민들의 마음마저 황폐하게 만든 깊은 상처였다.

#'복구'를 넘어 '미래'를 설계하다

이에 함평군은 신속한 복구 계획을 수립, 지난해부터 4단계에 걸쳐 훼손된 산림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올해 12월까지 총 16억 원을 투입해 피해 임야 173㏊에 단풍나무 등 21만여 그루의 묘목을 심는 대대적인 인공 조림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함평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함평군은 이번 복원 사업을, 과거의 숲으로 단순히 되돌아가는 '복구'가 아닌, 미래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새로운 숲'을 만드는 기회로 삼았다. 그 핵심이 바로 대동제 생태공원 일대 3㏊ 부지에 조성되는 '탄소저장숲'이다.

#'함평형 녹색 프로젝트'의 심장, 탄소저장숲

산림청 공모사업 선정으로 국비 15억 원 등 총 30억 원이 투입되는 '탄소저장숲'은, '함평형 녹색 프로젝트'의 심장과도 같다. 이곳에 심기는 나무들은 일반 숲보다 탄소 흡수 능력이 뛰어난 수종으로 구성된다. 함평군은 이 숲이 완성되면, 연간 약 23.67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0.05톤의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산불 피해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을 넘어, 2050 탄소중립이라는 국가적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선도적인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또한, ▲생물다양성 회복 ▲아름다운 경관 조성을 통한 관광 자원화 등 복합적인 효과까지 노리고 있어, 재난 극복과 미래 대비를 동시에 이루는 스마트한 산림 정책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상익 함평군수는 "산불 피해지 복원은 단순히 나무를 다시 심는 행위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생태 환경을 물려주는 책임의 과정"이라며, "자연과의 조화를 최우선으로 하는 환경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함평을 대한민국 최고의 생태 도시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절망의 땅에서 시작된 함평의 위대한 녹색 실험이, 대한민국의 탄소중립 시계를 얼마나 앞당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