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토일극 판이 또 한 번 술렁이고 있다.

첫 방송 이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4회 만에 시청률 9%대 최고치를 찍고, 동시간대 1위까지 굳힌 작품이 나왔다. 연말을 앞두고 tvN이 ‘폭군의 셰프’, ‘태풍상사’에 이어 또 한 번 두 자릿수 흥행 레이스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주인공은 정경호, 소주연 주연의 tvN 새 토일드라마 ‘프로보노’다. ‘프로보노’는 출세에 목맨 속물 판사가 본의 아니게 공익변호사가 되면서, 초대형 로펌 구석방 ‘매출 제로’ 공익팀에 갇혀 벌어지는 좌충우돌 휴먼 법정물이다. ‘공익을 위하여(Pro Bono Publico)’라는 뜻 그대로 수임료 제로, 매출 제로의 공익팀에서 변호사들이 치열하게 연대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전면에 내세운다.

정경호는 공익변호사가 된 ‘국민판사’ 강다윗을, 소주연은 공익소송 전담팀 ‘프로보노’ 소속 변호사 박기쁨을 맡았다. 이유영은 1등 로펌 오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오정인, 윤나무는 8년 차 공익변호사 장영실, 서혜원은 전투력 만렙 ‘프로보노’ 막내 유난희로 출연한다.
시청률 흐름은 숫자만으로도 확연하다. 닐슨코리아 기준 ‘프로보노’는 1회 4.5%, 2회 6.2%, 3회 5.0%를 기록한 데 이어, 14일 방송된 4회에서 수도권 가구 평균 8.1%, 최고 9.4%, 전국 가구 평균 8%, 최고 9.2%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수도권과 전국 모두 케이블 및 종편 채널 기준 동시간대 1위에 올랐고, tvN 타깃인 2049 남녀 시청률에서도 케이블 및 종편 채널 기준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케이블·IPTV·위성 통합한 유료플랫폼 기준/닐슨코리아 제공).

4회는 ‘법정물의 쾌감’을 정공법으로 밀어붙였다. 강다윗은 김강훈(이천무)을 위해 국가와 재벌 회장까지 겨냥하는 변론으로 결말의 타격감을 키웠다. 1심에서 패배한 뒤 항소심을 준비하며, 1심 판결의 근거가 된 ‘모든 생명은 평등하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헌법 조항에 반발해 “평등한 삶을 보장받지 못한 김강훈을 대신해 대한민국을 고소하겠다”는 기자회견까지 열어 무대를 확장했다. 여기에 웅산종합병원 회장 최웅산(유재명)까지 책임 당사자로 끌어올리는 전개로 속도를 붙였다.
현장 검증 시퀀스는 드라마가 노리는 정서를 또렷하게 보여줬다. 강다윗은 항소심 판사 국영준(이대연)과 상대 변호사 우명훈(최대훈)의 현장 검증 수락을 끌어낸 뒤, 두 사람에게 직접 휠체어를 밀고 법원까지 이동해보게 하며 의뢰인의 현실을 ‘체감’하게 했다. 반면 우명훈은 김강훈의 어머니 정소민(정샛별)을 증인으로 세우고, 장애의 원인이 양육 환경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거론하며 거칠게 맞섰다.

승부수는 최웅산 회장의 증인 출석에서 갈렸다. 강다윗은 최웅산이 낙태 반대 운동을 후원해온 사실과 그룹의 기조를 짚어가며 책임의 외곽을 좁혀갔다. 최웅산이 손해배상 책임을 부정하자, 김강훈이 “저는 어떤 노력을 해야 다른 아이들처럼 살 수 있나요?”라고 직접 묻는 장면은 작품의 ‘사건 이후 감정’을 정면으로 건드렸다. 최웅산은 재판 연기를 요청한 뒤 “이렇게 똑똑한 소년이 태어난 것 자체가 손해라는 결론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 취하를 제안했고, 김강훈을 위한 특수학교 설립을 약속하는 전환점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훈훈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소송을 마친 뒤 박기쁨에게 강다윗의 뇌물 수수 의혹을 알리는 의문의 문자가 도착하며 다음 회차의 파문을 예고했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몰입도 최고”, “현실에서는 없는 판타지지만 이런 판타지 좋다”, “유재명 연기는 명품”, “눈물이 났다” 등 반응을 쏟아냈다.

화제성의 또 다른 축은 제작진이다. ‘프로보노’는 문유석 작가와 김성윤 감독의 조합으로 첫 방송부터 주목을 받았다. 판사 출신 문유석 작가는 JTBC ‘미스 함무라비’, tvN ‘악마판사’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법정물로 ‘현실성’이 강점이고, 김성윤 감독은 ‘구르미 그린 달빛’, ‘이태원 클라쓰’를 연출한 뒤 이번 작품으로 첫 법정물에 도전했다. 김 감독은 “유기견,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밝히며, “법은 판결하면 끝이 아니라 그 뒤에 감정이 있다. ‘프로보노’는 그 부분을 건드렸다”고 설명했다.

정경호의 존재감도 흥행 기대를 키운다. 정경호는 tvN과 함께한 ‘슬기로운 감빵생활’(11.2%),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각 14.1%), ‘일타 스캔들’(17%) 등에서 성과를 냈고, ‘폭군의 셰프’가 17%를 기록한 상황에서 ‘프로보노’가 어디까지 치고 올라갈지 관심이 모인다.
tvN 토일드라마 ‘프로보노’는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10분 방송되며, OTT 다시보기는 티빙과 넷플릭스에서 제공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