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겨우 자라나기 시작한 미역의 잎과 줄기가 힘없이 떨어져 나가는 괴현상으로, 전체 양식장의 60%에 달하는 ‘바다의 검은 숲’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는 단순한 해조류 피해를 넘어, 완도의 또 다른 핵심 산업인 전복 양식업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경제 전체에 비상등이 켜졌다.
#초록빛 바다의 절규…성장 멈춘 미역, 망연자실한 어민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김영록 전라남도지사는 14일, 완도군 약산면의 미역 피해 양식 현장을 직접 찾아 참담한 실태를 점검하고 망연자실한 어업인들을 위로했다. 김 지사가 둘러본 현장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이제 막 자라나야 할 미역들이 앙상한 줄기만 남긴 채 엽체가 모두 떨어져 나가 유실되면서, 바다 속은 풍성한 수확의 꿈 대신 어민들의 깊은 한숨으로 가득했다.
완도군에 따르면, 11월 중순부터 시작된 이번 '엽체 탈락' 피해는 이미 2,931어가, 17만 3천여 줄(施設)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완도군 전체 미역 시설량의 59%에 해당하는, 그야말로 '궤멸' 수준의 피해다.
#원인은 '따뜻한 겨울 바다'?…기후변화의 역습
아직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장의 어민들과 전문가들은 '이상 고수온'을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미역이 본격적으로 자라는 시기의 적정 수온은 18℃지만, 지난 10월 초·중순 완도 해역의 수온은 22~23℃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따뜻해진 바다가 미역의 정상적인 생육을 방해하고, 영양염 부족 현상까지 겹치면서 사상 초유의 집단 탈락 사태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이는 기후변화의 위협이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어민들의 밥상을 위협하는 현실적인 재앙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미역이 사라지면 전복도 없다…2차 피해 '도미노' 우려
이번 사태가 더욱 심각한 이유는 여기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완도는 전남 미역 양식 면적의 63%를 차지하는 최대 주산지이며, 이곳에서 생산되는 미역의 약 70%는 '전복 먹이'로 사용된다. 당장 미역 생산이 막히면서, 전국 최대 전복 생산지인 완도의 전복 양식 어가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먹이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미역 피해가 전복 양식 산업의 연쇄 붕괴라는 끔찍한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재해 선포, 대체 먹이 지원”…전남도, 총력 대응
현장에서 피해 상황의 심각성을 직접 확인한 김영록 지사는 즉각적인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 먼저, 전라남도 차원에서 신속하고 광범위한 피해 조사를 실시하고, 이번 사태가 '어업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중앙정부에 강력히 건의하기로 했다. 재해로 인정받아야만 피해 어가에 대한 실질적인 복구 지원과 보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당장 발등의 불인 전복 먹이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해 곰피, 다시마 등 대체 해조류의 종자 입식과 생산자재 구입을 긴급 지원할 방침이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해양환경 예찰과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영록 지사는 "양식 초기 단계에 발생한 초유의 피해로 어업인들의 상심이 얼마나 크실지 충분히 공감한다"며 "피해를 최소화하고 전복 양-식 먹이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모든 대책을 강구하여, 어업인들이 다시 안심하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전라남도가 끝까지 책임지고 살피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