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환단고기 언급 파장... 대통령실 해명 나왔다

2025-12-14 17:58

"이 대통령 환단고기에 대한 동의나 검토 지시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업무보고 과정에서 환단고기를 언급한 것을 두고 야권의 비판이 쏟아지자 대통령실이 "그 주장에 동의하거나 그에 대한 연구나 검토를 지시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 김남준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며 "국가의 역사관을 수립해야 하는 책임 있는 사람들은 그 역할을 다해달라는 취지의 질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12일 교육부 등 업무보고에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역사교육과 관련해 무슨 '환빠 논쟁' 있지 않으냐"고 물었다. 박 이사장이 모른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환단고기를 주장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을 보고 비하해 환빠라고 부르잖느냐"며 "고대 역사 부분에 대한 연구를 놓고 지금 다툼이 벌어지는 것이잖느냐"고 했다.

환단고기는 단군조선 이전에 환국(桓國)과 배달국이 있었으며, 고대 한민족의 역사가 7000년에 이른다고 주장하는 서적이다. 주류 역사학계에서는 이 책을 위서(僞書: 거짓 내용의 책)로 규정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동북아역사재단 업무보고 당시 언급한 유사 역사학 '환단고기'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14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서점에 '환단고기'를 다룬 서적이 놓여 있다. 환단고기는 고대 한민족이 한반도를 넘어 유라시아 대륙 대부분을 지배했다는 주장을 담았지만 주류 역사학계는 이를 위서라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공지를 통해 “동북아역사재단 업무보고 과정에서 있었던 대통령의 환단고기 발언은 이 주장에 동의하거나 이에 대한 연구나 검토를 지시한 게 아니다”고 밝혔다. /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동북아역사재단 업무보고 당시 언급한 유사 역사학 '환단고기'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14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서점에 '환단고기'를 다룬 서적이 놓여 있다. 환단고기는 고대 한민족이 한반도를 넘어 유라시아 대륙 대부분을 지배했다는 주장을 담았지만 주류 역사학계는 이를 위서라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공지를 통해 “동북아역사재단 업무보고 과정에서 있었던 대통령의 환단고기 발언은 이 주장에 동의하거나 이에 대한 연구나 검토를 지시한 게 아니다”고 밝혔다. / 뉴스1

박 이사장은 이 대통령의 후속 질문에 "역사는 사료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문헌 사료를 저희는 중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질문 과정에서 ""환단고기는 문헌이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이날 대화는 이 대통령이 "결국 역사를 어떤 시각에서, 어떤 입장에서 볼지 근본적인 입장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고민거리"라고 말하며 마무리됐다.

이후 야권을 중심으로 이 대통령이 학계에서 '위작'으로 판단 받은 환단고기를 믿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김 대변인은 "역사를 어떤 시각과 입장에서 볼지가 중요하고, 그 가운데 입장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결론이었다"며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논란을 인지하는지, 역사관을 어떻게 수립할 것이냐의 질문 과정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친일에 협력한 이들의 주장, 위안부는 자발적이었다는 주장,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예로 들며 마찬가지로 그 주장이 어느 문헌에 나오는지와 어느 전문연구가가 주장하는지 물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 대변인은 "논란이 벌어진다면 짚고 넘어가야 하고, 역사관을 연구하는 곳이라면 명확한 입장이 있는 게 맞다고 보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이 환단고기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논란이 될 수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면 짚고 넘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 대통령은 지금까지 문제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특정 사안을 해결해온 분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등 야권은 이날 이 대통령의 환단고기 언급을 두고 비판을 이어갔다.

김은혜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기원전 7000년에 벌어진 일이라는 환단고기는 신앙의 영역이지 역사가 아니었다. 그래서 학계에서 위서로 규정됐다"며 "개인 소신을 역사에 강요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환단고기를 관점의 차이라고 하는 건 백설공주가 실존 인물이라 주장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이 대통령의 '환단고기' 사태는 논란이 아닌 것을 의미 있는 논란이 있는 것처럼 억지로 만들어 혼란을 일으킨 무지와 경박함이 문제"라고 썼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 말대로라면 지구가 구체가 아니라는 '지구평평설', 인류가 달에 가지 않았다는 '달착륙 음모론' 같은 것들도 논란이 있으니 국가 기관이 의미 있게 다뤄져야 하는 것이 된다"고 꼬집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환단고기는 위작"이라며 "환단고기가 역사라면 '반지의 제왕'도 역사"라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또 다른 글에서 이날 대통령실의 해명에 대해 "이 대통령이 '환단고기는 문헌 아닌가'라고 발언해 놓고 대통령실은 '분명한 역사관 아래서 역할 해달라는 취지'라고 해명했는데, (윤석열 정부 시절) 당신들이 '날리면'을 '바이든'이라고 들은 것이라 한 것과 뭐가 다른가"라며 "대통령실이 해야 할 일은 궁색한 해명이 아니라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말"이라고 했다.

한편 김 대변인은 업무보고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공개 질타한 것과 관련해서는 "야당 출신이라 고압적인 자세를 취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바라보니 그렇게만 보이는 것 같다"며 "정상적인 질의응답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이른바 '책갈피 달러 밀반입' 수법이 알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엔 "이런 수법이 있다는 것을 공개하고, 이를 막겠다는 담당 기관의 발언을 들을 수 있었기에 오히려 예방 효과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