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질타를 받은 지 이틀 만에 이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맞서는 입장을 담은 글을 SNS에 올렸다. 그는 이 대통령이 외화 밀반출 수법을 세상에 알렸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이 사장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난 금요일(12) 이후 주말 동안 수도 없이 많은 지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대통령님의 저에 대한 힐난을 지켜본 지인들께서는 '그만 나오라'는 뜻으로 읽은 듯하다"고 적었다. 지인들이 자신에 대한 질타를 사퇴 압박으로 받아들였다는 뜻으로, 이 대통령의 질타가 과도했음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그는 "인천공항에는 세계 최고의 항공 전문가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지난 금요일의 소란으로 국민들께 인천공항이 무능한 집단으로 오인될까 망설이다 글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의 질타를 '소란'이라고 표현하며, 문제는 공사의 무능이 아니라 대통령의 질책 방식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사장은 당시 질타를 받은 사안으로 △외화 밀반출 검색 문제 △이집트 후르가다 공항 사업과 관련한 답변 미흡 등 두 가지를 꼽았다.
외화 밀반출과 관련해 이 사장은 "책갈피에 숨긴 100달러짜리 여러 장을 발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당황해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불법 외화 반출은 세관의 업무이며, 인천공항공사의 검색 업무는 칼·총기류·라이터·액체류 등 위해 물품을 대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안 검색 과정에서 불법 외화 반출이 발견되면 세관에 인계한다"며 "인천공항을 30년 다닌 직원들조차 보안 검색 분야 종사자가 아니면 책갈피 달러 검색 여부는 알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물은 질문이 현장 실무자도 모를 정도로 세부적인 사안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의 답변 미흡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다.
이 사장은 "걱정스러운 것은 이 일로 '책갈피에 달러를 숨기면 검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온 세상에 알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외화 밀반출 수법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오히려 범죄 방법을 확산했다고 직접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그는 "이를 막기 위해 제시된 100% 수하물 개장 검색을 시행할 경우 공항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해법이 현실성 없는 방안이라고 정면 반박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 사장은 "세관과 실효성 있는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집트 후르가다 공항 사업과 관련해서는 "대통령님은 수요와 전망 등을 물으셨지만, 아직 입찰 공고조차 나오지 않은 초기 단계라 구체적인 답변을 드릴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입찰이 나오지도 않은 사업에 대해 수요 조사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저 역시 관련 보고를 받지 못했다"며 "입찰 공고가 나오는 대로 예산을 투입해 수요 전망과 입찰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질문이 업무 순서상 시기상조였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사장은 또 "인천공항은 K-공항 수출 사업에서 기술 점수와 자료 준비 측면에서 매우 탁월한 평가를 받아왔다"며 "타당성이 있다면 수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인천공항의 역량을 강조하며 이 대통령의 '업무 파악 부족' 지적에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이 사장의 답변 태도와 업무 이해도를 문제 삼으며 공개적으로 질타한 바 있다. 국민의힘 3선 의원 출신인 이 사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됐다.
이 대통령은 12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등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이 사장에게 "1만달러 이상은 해외로 가지고 나가지 못하게 돼 있는데, 수만달러를 100달러짜리로 책갈피처럼 (책에) 끼워서 (해외로) 나가면 안 걸린다는 데 실제 그러냐"고 물었다.
이 사장이 "저희는 주로 유해 물질을 검색한다. 업무 소관은 다르지만 저희가 그런 것을 이번에도 적발해 세관에 넘겼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옆으로 새지 말고 물어본 것을 얘기하라. 외화 불법 반출을 제대로 검색하느냐"고 재차 물었다.
이 사장이 "세관하고 같이한다. 저희가 주로 하는 일은"이라고 설명하려 하자 이 대통령은 말을 끊고 "100달러짜리 한 묶음을 책갈피로 끼워 돈을 갖고 나가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이라고 질문 취지를 확인하며 거듭 채근했다.
이 대통령은 이 사장이 "이번에도 저희가 검색해서 적발해 세관으로 넘겼다"는 답에 굳은 표정으로 "참 말이 기십니다"라며 "가능하냐, 안 하냐 묻는데 왜 자꾸 옆으로 새나"라고 질타했다.
옆에 있던 김민석 국무총리도 나서 "1만 달러가 넘는 현금에 대한 체크가 가능한지만 얘기하면 된다"고 거들었다.
이에 이 사장은 "그건 실무적인 것이라 정확히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대응 방안을 세관과 협의해보라는 자신의 말에 이 사장이 즉각 대답하지 않자 "지금 다른 데 가서 노시냐"라고 하고는, 이 사장에게 임명 시기와 임기를 따지듯 물었다.
이 사장이 "2023년 6월에 갔고, (임기는) 3년"이라고 답하자 "내년까지냐. 3년씩이나 됐는데 업무 파악을 그렇게 정확하게 하고 있지 않은 느낌"이라고 했다.
이것으로 일단락되는 듯 했던 이 대통령의 질타는 인천공항공사의 이집트 후르가다 공항 개발 사업 부분에서 다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해당 사업의 진척도를 묻는 말에 이 사장이 "수도 공항은 실무적 진척이 없다"고 답하자 "카이로 공항을 물은 게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 사장이 사업 진척도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자 실무자를 찾아 물으려 했으나, 배석자가 없다는 이 사장에게 "저보다도 아는 게 없는 것 같다. (자료에) 쓰여있는 것 말고는 아는 게 하나도 없다. 됐다"라고 한 뒤 다음 화제로 넘어갔다.
이 사장은 이날 업무보고가 끝난 뒤 이 대통령이 참석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하라"고 하자 "제가 대통령님 말씀을 잘못 이해하고 답변을 제대로 못 했다"며 발언권을 신청해 책에 끼워 현금을 밀반출하는 사례에 대해 "현재의 기술로는 발견이 좀 어렵다"고 뒤늦게 답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