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중학생이 몰던 전동킥보드에 부딪혀 중상을 입은 30대 여성이 의식을 되찾았지만 기억을 잃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며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14일 KBS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지난 10월 24일 극적으로 의식을 회복했지만 뇌 손상으로 인해 사고 전의 기억은 물론 가족에 대한 감정도 상실한 상태다.
남편 B씨는 “아내의 뇌 손상이 심각해 아이들을 알아보지 못한다”며 “드라마에서 보던 기억상실과 다를 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사고는 10월 18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서 발생했다. 당시 무면허 상태의 중학생 2명이 탑승한 전동킥보드가 A씨의 두 살배기 딸 쪽으로 빠르게 돌진했고, 엄마인 A씨는 본능적으로 몸을 던져 딸을 감쌌다. 딸은 다치지 않았지만 A씨는 바닥에 머리를 강하게 부딪혀 다발성 두개골 골절로 중태에 빠졌다.
남편 B씨는 “한 달에 수천만 원이 넘는 치료비가 들어가지만, 가해 학생들이 미성년자이자 무보험 상태라 피해 보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법적으로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가해 중학생 2명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도로교통법상 무면허 운전 혐의로 입건됐으나 미성년자 신분과 보험 미가입으로 인해 실질적 배상 책임을 지기 어렵다. 피해 가족은 결국 민사소송 외에는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전동킥보드 대여 업체에도 책임을 물었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업체는 면허 확인 절차 없이 개인형 이동장치(PM)를 무면허 청소년에게 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업체 책임자가 무면허 운전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으며, 법인 또한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입건됐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는 원동기면허 이상을 소지한 만 16세 이상만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관리와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미성년자의 무면허 운전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에서 이틀간 실시된 경찰 단속에서도 단 2시간 만에 200건이 넘는 킥보드 교통법규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전문가들은 개인형 이동장치의 사고 위험이 커지는 만큼 국가 차원의 책임보험 및 안전관리 강화 정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2023년 일본 도쿄에서도 10대 무면허 운전자가 공유형 전동킥보드로 보행자를 들이받아 혼수상태에 빠뜨린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일본 국토교통성이 킥보드 의무보험제 도입을 검토한 바 있다.
A씨 가족은 여전히 병원에서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사고 이후 딸은 야간에 불안과 울음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은 “엄마가 없어서 그런 건지, 사고의 충격 때문인지 모르겠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번 사고는 관리 부실 속 무면허 전동킥보드 이용의 심각성을 다시금 드러내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국민적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